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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Feb 12. 2021

천사 미리네(1편)

소설

illustration by
현현 (이정석)


내 이름은 미리네.....
사람들은 우리를 천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들에게 우리는 신만큼이나 모호한 존재이다.

실제 그들과 함께 있는 건 우리인데.
그들은 수많은 신과 보이지 않는 존재들에게 매달린다.

물론 존재를 안다는 건 사차원 속 공간을 아는 것과 같다.
그들이  우리의 모습을 보는 건 딱 한번뿐이다.
바로 죽음이라는 마지막 순간이다.


어쩌면 인간들이 간절히 찾아 헤매는 자아라는 철학적 명제가
알고 보면 우리들 천사의 존재라는 사실을 안다면  인간들은
하나님이 사기를 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자신이라고 믿었던  주체인 자아를 움직이는 힘은 우리가 있어 가능한데도,
그들은 자신만이 이 우주의 절대적인 생명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몸속에서 산다는 것은 감옥 같은 삶이다.
우리들의  주임무는 인간의 기억에 관여해서
그들의 기억을 지우거나 새롭게 리셋하는 일이다.

인간들의 폭주하는 생각들에 우리의 힘이 없다면
인간들은 모두 정신질환자가 되어 서로 물고 뜯고 싸울 것이다.



기억을 지우는 일은 천사들의 능력 중 가장 탁월한 능력이다.
인간들은 이것을 망각이라고 한다.
그들의 잠이 드는 그때가 우리의 휴식시간이기도 하고 우리의 일을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천사는 사차원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서 우주를 돌아다닐 수가 있다.
인간들이 흔히 말하는 블랙홀은 우리 천사들의 출입문 같은 것이다.

인간들의 모든 기억을 관장하는 아카식 레코드 성운은 그만큼 거대한 우주의 집합소이다.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들의 히스토리가 저장된다.
이곳은 생명에 깃든 천사들만이 출입할 수가 있다.
그들의 기억장치를 이곳에 가져와서 봉인하는 일이 천사들의 주임무이다.

매일 밤 우리는 이곳에다가 인간들의 기억을 가져온다.


우주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다른 천사들을 만나 놀기도 하고 정보도 나눈다.
인간의 영혼 속에서는 우리들도 다른 천사의 존재를 알 수가 없다.

오직 내가 입주한 영혼과의 소통만이 우리의 유일한 접촉자이다.

보통의 경우 우리 천사들은 한 사람의 몸속에서 평생을 살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은  인간들의 삶이 순탄치 않고
정신이 불안정하고  굴곡진 삶을 살아가는 인간들이 많이  생기면서부터 우리는 여러 사람의 몸속을 떠돌아다니게 되었다.

어떤 기준에서 내가 옮겨 다니는지 그 룰은 복잡하다. 인간의 모든 기억을 관장하는 성운인  아카식 레코드의 주기에 의해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주파수와 연결된다.
그리고 인간의 영혼이 나의 주파수를 허용했을 이다

"언니  부탁이 있어"
김미화는 시골에 온 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 시골에 내려온 5년 동안 김미화는  단 한 번도 누구에게 먼저 전화를 거는 일이 없었다.

"나 베를린 필하모니 말러 공연 티켓을 좀 구하고 싶은데...
온라인상에는 벌써 매진 이야"
전화기 속 여자는 화를 냈다.
"계집애야 너 기정 씨 그렇게 되고 나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연락도 안 하고 사라지고 전화도 안 받고 기껏
5년 만에 전화해서 하는 소리가 표 구해달란 소리야?"
"미안해 언니"
"기정씨일은 이제 잊을 때도 됐잖아. 산사람은 살아야지...
내가 밤마다 아직도 잠이 안 와 너 또 뭔 사고치 지나 않는 건지"
김미화는 잠시 침묵했다.
"이제 그런짖 안 해 언니 걱정하지 마. "
김미화는 짧은 몇 마디를 더 나누고 나서 고맙단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주방에는 점심으로 먹다만  오므라이스가 식탁에 반쯤 남아 있었다.
식욕이 더 당기지 않았는지 수저를 놓고 이제  무얼 할지 생각하다 그녀는
혼잣말을 했다.
"그냥 하긴 뭘 해..... 무얼 하든 안 하든. 이렇게 또 하루가 가는 거지....."
김 미화는 유튜브에서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소나타를 틀어놓고 눈을 감았다.
 의식의 흐름이 멈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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