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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Mar 18. 2021

습관의 힘

습관


독서 거치대가 망가진 지  몇 주가 지났다.
 2년간 이불 위에서 나와 뒹굴었던 이 녀석이 불구가 되고 나서 나의 모든 창작 행위가 일주일간  중단됐었다.
이불 위 늘 그 자세 그 높이의 자세가 아니고는 몸은 글을 허락하지 않았다.
독서도 할 수 없었다. 딱 맞는 눈높이 자세를 잃어버리자... 뇌는 모든 활동을 중지했다.
내 몸은 온통 거치대 하나에 붙박이처럼 짜인 가구 같았다.


같은 물건을 또 사면될 일이었지만 , 문제는 누구한테는 그리 쉬운 일이 나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건 하나도 친구 사귀듯 집에 들이기 때문에  물건 하나를 마음에서 지우는데도 또 시간이 필요했다.


멍하니 부러진 거치대만 붙들고 며칠을 보냈다.
거치대가 부러지자 내 몸뚱이도 함께 방향성을 잃어버린 셈이다. 거치대에  최적화돼 버린 내 몸뚱이를 어찌할까 고민하다. 거치대 사는 걸 포기했다.
대신 책상에 몸을 길들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동안 홀대했던 책상에 앉아 차근차근 말을 걸었다.


"그동안 널 너무 찾지 않아서 서운했지.
이제부터 난 이불을 졸업할 거야. 이젠 너 밖에 없어 우리 앞으로 잘 지내자.."
글을 시작한 지 몇 분도 안돼 몸은 삐거덕 거린다.
결국 푹신한 거실 소파에 기대어 태블릿을 두드린다. 하지만
  안방의  이불이 부른다. 어서 와서
앉으라고.... 이불을 가져와 소파 위에 두르고 앉아서 글을 써본다.


하지만 엉덩이에 느껴지는 촉감. 온돌의 따스한 열기.  등을 감싸는 쿠션의 탄력. 몸이 느끼는 압력이 다르다.
역시나 안된다.
습관은 무서운 것이다.
지금껏 글은 이불 위에서만 쓰였다. 절대 이불 밖을 빠져나온 적이 없었다.
결국 몇 줄도 못쓰고  글쓰기를 포기했다.
이불 위로 돌아가 그냥 뭉그적거리기로 했다.
아니면 드러누워 다시 잠을 청할지도 모른다.
이불 위  책상다리로 글 쓰는 습관은 관절  허리와 목에 좋지 않다. 이번에 큰 맘을 먹고 고쳐 보기로  
다짐해 본다.


몸의 습관은 아마 일주일 정도 노력하면 고쳐질 것이다.
도구가 바뀌면 몸도 도구에 맞춰질 것이다, 하지만 마음의 습관이 큰 문제인 것이다.
나! 이불을 떨쳐 버릴 수 있을까?
한번 형성된  습관 평생을 간다고 했던가!
뇌는 늘 습관을 반복하게 한다.
무의식이 견고하게 자리 잡아
생각보다 먼저 몸을 움직이게 한다.
좋은 습관을 가진 사람이 성공한다는 말은
어쩌면 당연한 걸과이다.
일상은 모두 습관처럼 움직이는 무의식의 반복과도 같은 단순함에서 시작된다.
나쁜 습관 좋은 습관은 생각으로 지배당하기도 한다.  부정적인 생각들은 나쁜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한때  나의 나쁜  습관 중 하나는 스스로에게 불리한 생각을 아주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리플레이 사고의 반복이었다.
 아마도 몇 년 전  사고 후에 생긴 듯한데...
글쓰기의 시작이 아마도  이 고질병을 고치려고 시작한 것인지 모른다.
 이 고질병 안에는 강박증도 포함되어 있었다. 강박증은 일종의 사회병이다. 타인들로부터 지적받지 않기 위해 좀 더 잘해서 인정받으려고 시작된 습관이 이제는 강박증처럼 스스로를 괴롭히는 완벽주의 성향으로 발전해서
처음에는 습관처럼  반복되다  병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 병을 고치는 방법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마음공부를 하지 않으면 평생을 이 습관 속에서 허우적대면서 살아야 한다.
강박증이 가지는 순기능도 있지만 언제나 심해지면 병이 된다. 기울어지지 않게 언제나 습관을 견제해야 한다.
글을 쓰면서 이 습관의 실체를 들여 다 보는 게 중요하다. 그 습관병의 실체 안의 진실은 하나이다.
내 안에 진짜 나는 나로서 살고 있는가!
나라는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을 대면했을 때 나라는 절대적인 모습을  만나야 한다.
2년의 글쓰기가 계속되면서 그런 내 목소리가
자연스레 들리게 되었다.
글쓰기는 재능의 여부를 떠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여정이다.


그 오락거리가 요리라면 요리에 대해 쓰고
깨달음이라면 깨달음에 대해 쓰면 된다.
늘 언제나 지금 스스로 하고 싶은 것, 내 내면이 원하고 필요한 걸 쓴다.
지금 나와 놀고 있는 시간 안에 어떤 기준이나 타인들의 시선은 필요 없다.
나의 오락거리가 타인의 보편성이 되는 걸 바라지도 않고 누군가의 보편성에 편입되는 것도 원치 않기에  아주 사소한 나의 것을 쓴다.
그렇게 쓰다 보면 조금씩 내 모습을 새롭게
만난다.
내가 익숙한 모습과.
전혀 다른 새로 만들어가는 모습.
새로 만들어가는 나를 만나는 건.
내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부터
글쓰기 교실이나 , 글쓰기 수업! 그런 것에 관심을 갖지 않는 건 그런 기준 따위가 글 쓰는데 필요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쓰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그것이 기준이 된다.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읽어주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쓰고 쓰다가 나만의 정확한 틀을 만드는 것이지. 처음부터 틀을 만들어 시작할 필요는 없다. 자기만의 방식을 찾지 못한 채 평생 글을 쓰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직업으로만 그림을 그리다가 나만의 그림을 찾지 못하고 평생을 다른 사람의 그림을 그려주고 있는 것처럼......
습관은 정말 무섭다. 지금 하고 있는 출발의 시작이 조금 더디고 귀찮아도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하는 주체적 습관은
긍정적인 나를 만드는 시작이다.
마음의 습관이 큰 뿌리를 내리면 몸은
자연스레 따라간다.
이불 위에서 쓰는 글이나 책상 위에서 쓰는 글이나.  쓰려는 마음이 뿌리내렸으니
이제는
몸이 건강해지는  쪽으로 가려고
마음이 책상 위에 나를 앉히려고
발버둥 쳐 본다.


습관의 힘이란 책에서
저자  찰스 두히그는 이렇게 말한다.


 P39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습관이 형성되는 이유는 우리 뇌가 활동을 절약할 방법을 끊임없이 찾기 때문이다.
어떤 자극도 주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뇌는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거의 모든 일을 무차별적 습관으로 전환시키려고 할 것이다. 습관이 뇌에게 휴식할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뇌가 활동을 절약하려는 본능은 우리에게 상당히 욱신욱신하게 작용한다.
P376
당신도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 또 그런 믿음을 습관화한다면 변화가 실제로 가능하다. 당신의 습관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란 깨달음이 중요하다. 습관의 힘은 그런 깨달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어떤 습관을 선택해서 그 습관이 기계적으로 행해지면 , 우리는 그 습관을 필연적인 것처럼 느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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