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밖에
그릇들이 죽어있다.
아직은
살아 움직이는 낡은 그릇들.
내 어머니의 빛바랜
흰저고리의 오래된 기억처럼
아린다.
이야기들은 아픔이 되어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린다.
새로운 이쁜 것들에 밀려
간택되지 못한 늙은 기생처럼
저 그릇들은
늙은 어머니가 감싸안고
애지중지 하면서 집 안 구석에
유배돼 있었다.
먼지가 쏘복히 쌓여 늙어가는
세월속에
어느날
뾰루퉁해진 며느리가
홧김에 내다 버린 시어머니의 새끼들이다.
애물단지들이 사라진 자리
주도권 싸움에서 이긴 전리품들이
윤이나게 반짝거린다.
오랜 월세 살이 전세살이
지난 시간 구질구질했던
그 힘들었던 시간의 흔적을
지우는 그릇들.
때묻은 그릇을 하나 집는다.
남에 손때 묻은 그릇이 왜
탐 났을까?
사랑하는 이에게 버려져
잊혀진 온기없는 몽둥아리를
씻기고 뜨거운 커피를
부어
누군가의 입술에 수천번도 닿았을
커피잔을 입술에 대어 본다.
오래되고 낡은 것들이 대문 앞에 버려져 있다.
내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물건들.
오래된 기억들을 소환해 버리고야 마는 물건들.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바로 그 물건들이
누군가의 손길을 바라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이쁜 것들에 밀려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는 낡은 그릇.
아마도 저 그릇들은
어머니가 애지중지 하면서
집안 구석에 오래 쌓여 있었는지 모른다.
먼지가 쏘복히 쌓여 있지만 시어머니의 눈치를 보며 버리고 싶어도 못 버리고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을 그릇 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며느리가 아주 속이 시원하게 버리는 애물단지 일지도 모른다.
오랜 월세 살이 전세살이를 끝내고 이제 지난 시간 구질구질했던 고생을 정리하면서
그 힘들었던 시간의 흔적을 정리하는 물건들 속에 동고동락했던 그릇 인지도 모른다.
남이 쓰던 그릇들을 불결하다면 쳐다보지 않을 사람들도
많겠지만 난 그들의 손때 묻은 그릇 하나쯤은 가져오고 싶었다.
그래서 작은 머그컵 하나를 손에 들고 왔다.
처음 이 컵을 샀을 때의 그 마음이 느껴온다.
커피를 마셨을 때의 느낌 .누군가의 입술에 수천번도 닿았을 컵은
이제 주인에게서 버려져 어딘가로 떠돌다가 사라질 것이다.
내 주방에도 아직 어머니가 결혼할 때 장만해주신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오래된 그릇들이 살고 있다.
차마 버리지 못하는 사연이 더 귀한 그 그릇들을 난 언제쯤 버리게 될까!
아마도 그 그릇들을 버릴 때면 작은 쪽지를 써서 대문 밖에 내보낼지 모른다.
이 물건들은 한때 저의 보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 마음속에서 내보내려 합니다.
누군가의 삶 속에 들어가서 좋은 쓰임새로 다시 쓰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