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그릇엔
찰랑거리는 물을 담았다.
점심 그릇에는 가벼운 공기만
담았다.
저녁 그릇에는 뜨거운 사랑도
담았다.
달이 차고 숟가락은 그릇을 비우고
무심한 듯 뒤돌아 섰다.
밥풀이 굳은 상위에서
마음을 담을 수 없는 그릇을 본다.
물은 얼어버렸고,
공기는 가라앉았다.
사랑은 눌어붙었다.
해가 기울고
젓가락이 여전히 말없이 밥을 먹는다.
방안에는 가벼운 공기들이 춤을 추고.
찰랑거리는 물들에 잠기고.
뜨거운 사랑이 엎어져서 질척거린다.
고개를 숙이고 시선 마주치지 않던
당신은
창가의 그림자로 어두워진다.
그릇엔 침이 넘쳐흘렀고
고요한 공기는 창문을 열고
빌딩 밑으로 떨어진다.
사랑이 뒤따라 가지만 이미 바닥은 선홍빛으로 물든다.
새벽달이 떠오르고
혼자 밥 먹다 말고
손들은
그릇 바닥에 붙어있는 깔깔대는 때를 닦아낸다.
수세미가 지나갈 때마다 깔깔깔.
그렇게 깔깔대다. 쩍 하고 소리가 난다.
누가 웃음을 얼룩으로 남긴 걸까?
눈물로만 닦아야지 사라지는
얼룩을 누가 사랑이라고 했는가!
마음이 담기는 그릇에 다시
사랑 한 공기를
꾹꾹 눌러 담는다.
처음부터 작정한 시는 타인들이 모르게 난해하면 할수록
내 안의 카타르시스는 크다.
숨은 그림 같은 마음의 미로를 파헤치는 단어들이
줄줄이 나에게 항의하듯 행진한다.
네 마음이 지금 어때?
하고 나에게 말을 걸고.
타인들에게는 지금 내 마음을 읽을 테면 읽어봐 하고 시비를 건다.
그렇다 시란 가장 나를 위로하는 문학적 도구다.
그때 문득 내 마음 알아주는
한 사람이 있어 시안에서
웃음 짓는 나를 본다면
우리는 그냥 서로 모른 척해준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세상에는 시인들이 산다.
시인들은 저승 가는 길에 꽃가마 타고
갈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단어들을 그릇에 담고 있으니까!
집에서 가끔 침묵하고 지낼 때가
더 편하다.
대화가 없는 부부라고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눈빛으로 다 알아버린 부부에겐
언어는 그냥 도구일 뿐이다.
탁자 옆에 컴퓨터 컴퓨터 옆에
남편 이렇게 앉아있다.
집에 가서 냉장고를 보면 기쁘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다
그런데 만약 없어지면
굉장히 슬픔이 밀려온다.
부부는 가구처럼
쪼르륵 놓여있다.
없으면 표가 확 나는 데
있으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