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 7년 보고서

시작

by 토끼

돌멩이 하나를 들고. 산등성이에 올랐다.

평평한 땅을 찾아.

바닥을 다지고 돌멩이를 놓고, 주변의 돌들을 주어다가 위에다 쌓았다.

그렇게 매일 산에 올라 열심히 쌓다 보니, 제법 그럴싸한 탑의 모양이 만들어졌다.

작은 탑이 완성된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강풍이 불어오면 모두 무너져 버린다.

그리고 이번에 조금 더 튼튼한 돌멩이를 가져다가 다시 쌓는다.

그리고 이제 제법 그럴싸한 돌탑이 된듯하지만

태풍이 불어오면 또다시 모두 무너져 내린다.

돌탑 주위로 꽃이 피고 눈이 쌓였다가 녹았다.

하지만 돌탑 쌓기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주춧돌이 되는 돌을 고르고 하나하나씩 다시 쌓아 올린다.

다시 완성된 돌탑은 이제 어느 날의 강풍에도

여름날의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구조물이 되었다.

아무리 흔들어도 꿈적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내가 쌓아 올린 돌탑을 신기하게 바라보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산에는 어디에나 돌탑들이 여기저기

쌓이기 마련이었다.



내가 쌓아 올린 돌탑의 이름은 소행성이었다.

소행성을 보면

내가 공들인 시간이 자랑스럽고, 의지와 노력의 땀방울이 대견했다.

매일매일 구경만 하고 있어도 평온하고 즐거운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산들바람이 불던 4월의 어느 날.

그날도 산등성이에 서서 돌탑 앞에서 만족스러운 미소로 바라보았다.



그때 머릿속을 간지럽히면서 소행성이 말을 했다.



"태풍도 강풍도 사람들도 무너뜨리지 못하는 튼튼한 이 돌탑의 주인은 너였구나!

나를 만든 너의 노력 대단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온 것 같구나!

네가 돌탑은 쌓은 이유는 바로 이 시간을 위해서였어.

이제 네가 해야 할 일이 무언지 알겠지?"



나는 그 소리에 놀라 반응했다.



"무슨 소리야 소행성. 내가 해야 할 일 이라니....

난 널 만들고 나서 내가 완성되는 느낌이었어.

이제 더이상 할일은 없어. "




긴 정적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이제 해야 할 일을 해야지...."



아주 잠깐의 여운을 남기고 목소리는 사라졌다.

다시 들려올 목소리를 기다리며

노을이 산등성이로 넘어가고 어둠이 찾아 올 동안 돌탑주위를 서성거렸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기다림에 지친 그제서야 불현듯.내가 해야 할일이 떠올랐다.



손을 올리고 검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돌탑을 부드럽게 밀었다.

강한태풍으로도 할 수없던 일을


손가락하나 만으로도

나는 할 수 있었다.


중간에서 돌들이 하나둘 균열이 생기면서 돌탑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시원하게 땅으로 떨어지는 돌들이 꽃잎처럼 가벼웠다.

지난 7년간의 쌓아올린 마음의 탑들은 나를 든든하게 지켜 주었고 내 힘든 시간의 보상이었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로 다시 무너 졌다.

산등성이를 내려 오는 발걸음이 왠지

너무 가벼웠다.




마음공부의 시간은 빠른 시간 안에 극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3개월 전 글쓰기를 멈추었다.



머릿속으로 더 이상 무언가가 들어오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는 시간들이

느껴지기 시작하자 사유도 고요해졌다. 산책길에 나서면

멀리서 보이는 관악산 산등성이만 매일 하염없이 바라보다 다리가 아파올 때까지 걸었다.

책과 감각에 의지해 마음의 주체를 찾아 치열하게 지내온 시간.

나의 스승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동안 숱하게 써 왔던 글들은 지금 누리고 있는 이 단순한 시간들을 향한 과정이었다.

마음 안에 일어나는 변화하고 있는 이상하고 고요한 느낌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마음을 짜내고

내면에 코를 박고 집중했는지 모른다.

나를 설득하고 타인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수많은 언어들이 탄생하고 죽기를 반복했다.



좀 편하게 살면 안 되느냐? 왜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느냐?

무슨 질문이 그리 많으냐?


나를 치유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시키기 위해 쓰인 글들

하나하나가 살아 있었다. 나를 위한 글쓰기였지만 결국은 사람들의 공감 없이는

추상적으로 떠돌다가 묻히고 말 글들의 행진이었다.

그러다 문득

왜 내가 타인들에게 내 이야기를 이해시키고 공감을 얻어야 하지?

나 혼자 누리는 이 오묘하고 평온한 끓어오르는 에너지 같은 시간들은 나의 세계이다.

왜 이런 나를 설명하려고 하는 거지.

그냥 혼자 누리면 되는 거다.

모든 인간들은 그렇게 각자의 유토피아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해서 글은 멈추었다.



그리고 꽃잎처럼 흩어져 버린 소행성의 돌멩이들이 다시 속삭였다.



"이제 넌 무얼 해야 하는지 알지?"

"소행성 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지금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좋아"

" 너의 이야기를 이대로 끝내겠다고?"

" 아니 난 그냥 혼자 이대로 즐기는 것이 충분하다고 생각해 어차피 사람들은 내가 무슨 소릴 하는지 몰라.

또 도를 아십니까 뭐 그런 소릴 시작하는 줄 알 꺼야"

" 그 사람들은 자신이 아닌 신의 이야기를 하니까 그런 거지. 넌 너의 이야기를 하잖아.

인간이 만들어진 목적은 신의 계시대로 살라는 게 아니야. 신을 숭배하고 신의 말씀대로 살라는 건 인간이 인간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든 얘기 일 뿐이야.

바로 너를 창조한 신의 능력으로 너를

새롭게 만나고 발견하는 것이 인간 창조의 목적이지. 그러니까 너에 대해서

아니 너의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너는 계속해야 돼"



나는 결국 글을 다시 쓰기로 맘 먹었다.

마음은 스스로를 객관화시키면 새로운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의 마음을 분리해서 볼 수 있다면 마음은 이제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이론적으로 실천하던 그런 순간들이 실제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습관적으로 날뛰던 무의식이 드디어 주체의 감정들에 서서히 고요해 지기 시작했다.

온전한 나의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 복잡하지만 동화 같은 마음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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