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맑은 정신에 눈을 떴는데, 새벽 4시였다. 오랜만에 이불속에서 뒹굴거리지 않고, 발딱 일어났다.
기분이 상쾌했다. 이런 상쾌한 새벽 무엇을 할까? 글을 쓸까?라고 생각하면는데 손가락은 이미 유튜브에서 놀고 있었다.
요즘은 글쓰기가 재미있지 않다. 한때는 재미를 떠나 글쓰기가 습관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글쓰기보다 음악이 내 시간을 점령해 버렸다.
어제는 bts 지민과 빅뱅 태양의 컬래버레이션 디지털싱글이 발표되는 날이었다.
3분도 안 되는 곡을 몇 번을 들었는지 하루종일 일을 못할 지경이었다.
춤사위를 분석하고, 음악을 분석하고, 그렇게 노래 한곡으로 몇 시간이 훌쩍 갔다.
그러고 나서 유튜브에서 리액터들의 분석영상을 본다. 리액터들과 잠시 또 함께 음악을 들으면
그렇게 또 몇 시간이 간다. 음악을 듣는 것도 아니고, 슈퍼스타 관련 영상은 왜 이리 또 많은가!
도대체 지금 내가 소비하고 있는 이 시간이 창조적인 시간이란 말인가!
라고 자문해 보지만 내 욕망은 또 음악을 원한다.
음악에 빠지면 하루가 블랙홀처럼 사라진다. 새로운 노래 새로운 뮤지션 새로운 장르
끝없이 많은 음악 속으로 유튜브 채널을 쉴 새 없이 헤매고 다닌다.
작년 하반기에 혜성처럼 등장한 걸그룹 뉴진스. bts는 그렇다 치고, 내 인생에 평균연령 17세 여자 아이들에게 빠져서 하루종일 아이들의 음악에 빠져 덕질을 하게 될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뉴진스 노래는 내 아련한 90년대 감성을 자극하고, 잊혀가던 과거를 소환했다.
K팝은 글로벌 성공에 힘입어 모든 엔터들이 미국팝시작에 입맛을 맞추느라
한국의 정서를 외면해 온 게 사실이다. 특히나 최근 5년간 걸그룹은 섹시나 걸크러쉬 세계관에 갇혀
듣기 편한 우리만의 정서를 느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뉴진스는 그런 k팝시장의 흐름을 바꾸면서 새로 내놓는 앨범마다, 새로운 음악을 선보인다.
뉴진스 는 미국시장에 입맛을 맞추기보다는, 우리의 맛은 이런 아련하고 청순하면서 우리 맛의 맛을 가진 10대의 느낌 그대로의 맛이야. 이제 니들이 우리의 입맛에 맞출 차례야 하는 자신감으로 뮤직비디오와 음악을 선보인다.
탄탄한 자본력으로 자신만의 레이블에 민희진 걸그룹이라는 이름만큼이나 기획력이 탄탄하다.
뉴진스는 대중적인 성공이란 유행의 흐름을 타야지만 성공할 수 있다는 룰을 과감히 깨고,
유행은 내가 바꾸면 된다. 이제 내가 내놓는 음악과 의상, 이미지가 트렌드가 될 거야 라는 선전포고를 하는 것만 같았다.
이래서 걸그룹에 관심 없던 나 조 차 차도 좋아하게 만드는구나. 자신의 정체성안으로 대중들을 끌어들이는구나 싶었다.
나는 지금 음악에 중독되어 있다. 즐겁지가 않다.
어떤 가수의 음악을 들으면서 빠진다는 거.
과연 나는 노래를 아니 음악을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가수라는 매력에 빠지는 걸까?
아름다운 외모 화려한 비주얼 대중적인 인기.
동경하는 연예인의 모습.
난 진짜 무엇에 내 시간과 돈 에너지를 쓰고 있는가!
좋아하는 음악을 미친 듯이 되풀이해서 노래를 듣고 있다가 순간 불안해졌다.
물론 음악을 듣고 있으면 즐거운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과도한 시간을 쓰고 있는 나는 당연히 불안감을 느껴야만 한다.
음악이 단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중독이 아닌
내 삶에 위안을 받아야 하는데
중독이 돼서 갈증이 되풀이되면 이것이 나에게 무슨 위안이 된단 말인가!
아름다운 그림, 가슴 뭉클하고, 즐거운 음악. 재미있는 드라마나 영화.
감동적인 책 한 권,
내가 즐기는 모든 여가 활동 속 이 친구들은 나의 정체성을 대변해 주어야 한다.
즉 그림, 음악, 영화, 드라마, 책들은 내 정체성의 한 부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즐기고 난 뒤. 내 것으로 소화되어 나만의 창작행위로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져야 한다.
예술가 들은 타인들의 예술작품들을 즐기고 향유하면서
자신의 것들로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다.
그 즐거움과 감성을 즐기면서, 그것들에 중독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새로운 감성도 만들어 내고, 내 삶의 정체성도 알아가야지 하는데.,....
음악 안에서 내 시간과 나의 색을 잃어가는 건 내가 원하는 향유가 아니다.
늦은 저녁 힘든 몸을 이끌고, 휴식을 취하면서 잠깐 짬을 내어
듣는 한곡의 음악. 음악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지금은 음악이 과도하게 나를 지배하고 있다.
대중적인 성공을 한 음악을 한번 즐기기 시작하니 음악을 즐기는 게 아니라
음악에게 지배를 당하는 것만 같다.
지금 내가 즐기는 것은 음악이 아니다. 성공에 편승한 그 어떤 문화를 속 화려함과,
허영, 동경, 환호성, 열정, 탐욕, 부, 쾌락을 탐미하고 있는 것이다.
유명하지 않은
인디음악이나 심장의 속도를 느리게 하는 클래식을 즐길 때는 이렇지 않았다.
느리고 편하게 쉬면서 감정조절을 하면서 음악을 음미했었다.
지금처럼 이렇게 가슴이 팔딱거리고 무한반복되는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
음악도 연애와 같다. 슈퍼 스타를 좋아하면 왕자님과 연애를 하는 만큼 달콤하지만
그만큼 집착하고, 갈망하고, 욕망하고, 애타는 뜨거운 마음을 견뎌야 한다.
이것이 등가교환의 법칙이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는 반드시 내어 주어야 한다.
몇 년 전 가수 얼굴도 모르면서 음악만 좋아서 늘 듣던 노래가 떠올랐다.
이때는 음악을 들을 때면 행복했었는데... 오롯이 음악에만 집중하고,
위안을 받고, 음악을 들으면 상상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뭐 검정고무신?
아니
검정치마.
검정치마라고.
검정치마 조휴일의 노래를 소개하면 사람들은
귀신 나온다는 소리를 한다.
그만큼 멜로디나 노래분위기가 좋게 말하면
신비롭고 몽환적이다.
기괴하기는 해도 웬 귀신?
검정치마는 드라마 또 오해영 ost를 부르면서
인디음악계에서 그래도 대중적 인기를 얻은셈이다.
검정치마만큼 자신의 색을 유지하는 밴드가 있을까 싶다.
이음악속에서는
온몸을 풀어헤치고 느슨해져 들으면
제맛이다. 목소리 하나하나 악기 하나하나
선율 하나하나가 들린다.
이 밴드는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밥 벌어먹는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뮤지션들이다.
아! 요즘은 bts를 모르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글 쓰고, 독서가 더 즐거웠던 시간.
이제는 이 정의 내리기 힘든 중독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싶다.
YouTube에서 '[MV] 검정치마 (The Black Skirts) - 섬 (Queen of Diamonds)'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