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내가 처음부터 소울메이 트였던 건 아니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한 방어기제가 강해서
서로에 대한 관계의 거리를
지키고 더이상 가까이 다가서지 않는 사람이었다.
언제부터 그녀와 내가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까서 드러내 보일만큼 친해지게 됐을까?
라고 질문 한다면 아마도 한때는 서로 좋아했지만 지금은 틀어져버린 관계 속 서로를 불편하게
하는 각자의 빌런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부터였다.
친하지 않았던
처음에는 아주 조심스러웠다.
" 그 애가 매력이 쫌 많잖아 근데, 왠지 좀 인위적인 느낌이랄까!"
우리는 그때 누구를 씹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히 서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좋은 사람이고 싶었고, 속마음을 들키는 것에
익속하지 않았고, 남을 입에 올리는 것을 금기사항인 것처럼 아닌 척했다.
그러다가 서로 속마음을 알아가면서 점점 더 원색적이 돼 갔다.
" 야 그 애는 정말 재수 없어. 숨 쉬는 것도 다. 가식이야. 원하는 게 있을 때 친한 척 다가오는 그 이중성, 이제 딱 보면 알 것 같아."
우리는 수많은 시간 차와, 골뱅이와, 노가리와 서로의 정적인 한 사람을 뜯어먹었다.
팩트만이 아니었다. 조금은 과장되고 내 머릿속에서 시나리오처럼 각색된 이야기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그렇게 많은 시간 그녀와 나 나와 그녀의 정적이었던 두 사람의 씹기가 지겨워질 때 즈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둘은 우리 둘의 대화 속에서 추방되었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불편함이 사라지면서 그녀들의 스토리는
신기하게도 그녀들이 아닌" 나"라는 주제로 돌아왔다.
타인들을 험담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타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타인들에 대해 불만이나 억울함 그때 받은 상처, 불편함들을 이야기하다 보면 "나"라는 사람이 더 잘 보인다.
인간의 보편적 특징은 나는 남 들과 다르고 특별하다는 생각이 있는데, 이런 생각을 버리면
나라는 사람을 타인에게 투사하게 된다. 결국 내가 씹는 상대의 모든 사소하고, 큰 비난들을 " 나"라는 사람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누군가를 험담하면서부터 솔메이트가 된 이유는 간단했다.
그 험담의 여정 안에,내가 먼저였고 우리의 성찰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타인을 미친 듯이 욕하고 있는 나를 정당화하지 않고,
나 또한 결핍된 인간이고 다를 바 없는 인간인 것을 인정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감정의 배설이 아닌,
한 사람을 탐구하고, 이해하고, 애정하는 여정을 함께하는 동지가 되는 과정에서
진짜 " 나"라는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해 주었다.
누군가를 미친 듯이 씹기 시작하다가 자기 자신을 더욱 알게 되고, 자기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고,
결국은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두 사람에게서 자유로워졌다.
우리를 불편하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우리가 단정 지었던 그 사람에 대한 우리의 편견들이었다.
이 사람은 이래라는 그 편견들이 꼬리표처럼 그 사람을 따라다녔다.
그것은 마치 형사사건에서 해결하지 못한 미제 사건처럼
우리 마음속에 남아있는 사건 과도 같았다.
그 미제 사건 안에 남아 있는 그 어떤 사람의 마음과 행동.
그 마음과 행동을 나는 풀지 못했다.
상대와의 소통이 원활하다면 같이 풀었겠지만 관계의 서먹함으로
나의 것으로 남겨진 미제사건인 것이다.
미제 사건뒤에는 피해자들의 눈물과 한이 고여있고, 기다림이 있다.
어떤 한 사람과의 관계가 끝나고,
미제 사건처럼 남아 가슴에 묻어 버리고 잊히기를 기다리고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미제 사건 뒤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지만 우리의 관계 속에는
둘다가 존재한다.
미제 사건 속에 갇힌 건 나를 상처 준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 속에 갇힌 나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른다.
관계의 단절로 함께 풀지 못한다면 혼자서라도 풀어야 한다.
자유롭게 사람을 마음속에서 놓아주려면
이야기되어져야 한다.
우리는 친한 사람들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을 것 같지만
아무것도 모른다.
단지
우리가 규정지은 것들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말할 뿐이다.
그러면서 편견 속에 갇힌다.
어느 날 누군가가 내 솔메이트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기를 요청했을 때
한참을 고민했다.
나는 그녀와 서로의 내면에 대해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서
모르는 것이 없다.
하지만
"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 이야기할 것이 없어."
만나면 그녀와 할 이야기는 무궁무진 하지만 그녀에 대해 할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나에게 너무나 투명한 존재여서 굳이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넌 이래서 좋아라고
그녀를 어떤 틀속에도 넣고 싶지 않다.
그녀는 그녀 자체일 뿐이다.
어떤 사람에게서 자유로워진다는 건
이런 미제사건 속에서
편견을 깨고
한 사람을 해방시키고 구해주는 것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