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작은 손을 움켜 잡고, 세상을 향해 울음을 터트린다.
움켜쥔 손가락 안에는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 있다.
그 선물은 바로 텅 빈 공간이다.
부모는 아이를 사랑한다. 모든 것을 주고 싶고, 모든 것을 아이를 위해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욕망만을 텅 빈 공간에 채우기 시작한다.
아이는 부모의 욕망을 채우고 나서 서서히 성인이 된다.
하지만 그 속에 또 사랑하는 사람의 욕망 사회의 욕망 친구들의 욕망을 채운다.
텅 빈 공간은 어른이 되면
다른 사람의 욕망과 다른 사람의 이야기들로 가득 넘쳐난다.
하느님이 주신 선물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로 공간을 채우고
나라는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주신 공간이다.
나만의 이야기로 가득 채운 공간은 가득 차고 나면 언제나 텅 빈 상태가 된다.
빈 공간이 있다는 의미는 자유롭다는 것이다.
빈 공간 안에는 새로운 질문이 가득하고, 하나의 정답이 만들어지면 또 사라지고
또 새로운 질문 새로운 정답들이 만들어진다.
우리의 중심은 언제나 비어있어, 자유로움이 드나들 수 있다.
텅 빈 공간에 타인들의 욕망 사회의 욕망만 가득하면 그곳에 갇혀버리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없다.
자신의 시간을 산다는 것은 나만의 빈 공간을 보호하고, 타인들의 정답과 조화를 이루면서
그 안에 자신의 정답을 채우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채운 정답을 비우지 못하면 또다시 자신 안에 갇히고 만다.
이것은 타인의 욕망 안에 갇히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자아의 온전함은 자아를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아를 무너뜨리고 비워야 한다.
태어나면서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텅 빈 공간을 준 것은 그 어떤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나로 살면서 행복을 추구하고, 텅 빈 공간의 의미를 언제나
질문하고, 텅 빈 공간을 죽을 때까지 채우지 않고, 비우면서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다.
인간이 불행한 것은 원래 채워지지도 않고 채울 필요도 없는 이 공간을
남의 것으로 채우려 하기 때문이다.
텅 빈 공간은 불안하다.
허탈하다.
모호하다.
하지만 이 불안함과 모호함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속에 담겨있다.
텅빈공간의 본질은 불안은 품고 있다.
부족함과. 신비스러움. 두려움, 허탈함, 이런 감정들은 텅 빈 공간처럼 채울 수가 없다.
이 감정 또한 원래 채워질 수 없게 함께 태어난 것이다.
이 텅 빈 공간이 비어 있을 때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낀 수 있다.
나의 시간을 살아라
내가 욕망하는 것을 살아라.
텅 빈 공간 안에서 언제나 들려오는 목소리다.
그리고 우리는
그 텅 빈 공간을 그대로 안은 채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