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똥은 진실하다.
투명한 몸속에는
거짓을 품지 않는다.
당근을 먹으면 당근색
오이를 먹으면 오이 색
오늘
내가 먹은 말들
내가 먹은 글들
내가 먹은 영상들
슬픔을 먹었는데
눈물은 없고 넉두리만 남는다.
행복을 먹었는데
투명한 웃음은 없고 자랑질만 내뱉는다.
사명과 헌신을 먹었는데
감동은 없고 의무만 강요한다.
깨달음에 먹었는데 성찰은 없고
지식만 얘기한다.
고통을 먹었는데 자기 승화는 없고
두려움만 커진다.
있는 그대로 먹고
있는 그대로 싸는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는
시를 쓰듯 향기가 남아 있는데
날 위해 먹고
마시고
아름다운 걸 삼키면서도
아무런 향기를 싸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