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의 힘

텅 빈 공간

by 토끼

지난주 일요일 텅 빈 공간이란 주제로 글을 썼다.

짧은 글이지만 준비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노자도 아니고 텅 빈 공간이란 이 심오한 공간을 어떻게

나의 이야기로 풀어나갈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지금까지 여러가지 다양한 책을 읽고,경험을 하고, 나름 곰곰이 생각했던 내용들을 머릿속에서

꺼내어 그림으로 그리고 언어들을 압축하는 데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이틀이 지나 글과 그림을 편집하는데... 저장된 글이 어디에도 없었다.


30분을 컴퓨터 안에서 찾다가 메모장에 쓴 글을 저장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머릿속을 다시 조립했다. 한 시간 남짓 시간이 걸리면서

짜증도 나고, 아깝기도 하고, 머릿속은 텍스트를 끄집어내면서도

많은 감정들이 들락날락 했다.

원본과는 쫌 다른 글이 완성되었고,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내 글은 사실 늘 마음에 들지 않고, 모자란 것이 보여 퇴고를 하지 않는다.

고치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 글자체를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눈 질끈 감고 끝을 낸다. 어쨌든 글을 완성하고 올렸다.


그리고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며칠을 보냈다. 이게 뭐지 싶을 만큼

머릿속이 개운하고, 가벼운 3일 보내면서 이것이 글의 힘인가! 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다. 지금까지 마음을 다스리는 글을 수없이

많이 써 왔지만 글이란 대개 자신이 할 수 없는 바람들의 행렬이였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올린 글대로 되는 법은 거의 없다.

단지 생각대로 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하지만 텅 빈 공간을 쓴 이후 며칠간 머릿속은 정말 무슨 쓰레기를

버린 것 마냥 아무런 잡생각이 찌꺼기를 남기지 않았다.

생각이 들어와서 그냥 지나갈 뿐 머무르지도 않았다.

아주 바람이 잘 드는 그런 집에서 사는 것 마냥

들어오고 나가는 생각들의 순환을 느끼고 있는 내가 있을 뿐이었다.


이번에 쓴 글들은 내 무의식 속에서 뭔가 정화가 일어난 것일까?

사라져 버린 글을 다신 쥐어짜 내 쓰면서

정말 텅 빈 공간이라는 글이 나의 바람 속에서 조금은 내 것이 된 것일까?

무수하게 많이 정리되고 써 왔던 글들은 내 불안이나 두려운 감정들을

잠재우지 못했다. 단지 아주 조금씩 이해하는 데 불과했다.

도대체 별 변화도 없으면서 난 왜 이런 마음공부의 글 따위를 쓰고 있는 건가?

라는 질문도 해 보았다.


마음공부를 실천한답시고, 타인들에게 젠척하면서 쏟아냈던 말들이

때로는 타인들에게 상처를 주고 반발심마저 일으키게 하는 말들이라면

나는 내 안의 딜레마에 빠져 글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고,

영원히 허덕이게 될 것이다. 차라리 글 따위 쓰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게

훨씬 더 나을 것이다. 배우고 익혔으면 말을 아끼고, 안으로 삼키고,

자신을 비우는 일에 더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데, 잘난척하는데

더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면,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나를 위한 길인가!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실수를 하고, 조금 어긋난 길을 걷고 있다면 다시 방향을

수정하면 된다. 기분이 들떠 있을 때 늘 언제나 실수를 하고,

내 생각만 하게 된다. 내 마음은 타인들의 공격이나 모욕적인 발언 비판적인

반론에 여전히 취약하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일은 어쩌면 실현 불가능한 영역인지 모른다.

하지만 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방법을 선택해 본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때로는 불면을 유발하고, 스트레스를 받지만

싸워보기도 하고, 상처도 받고, 찌질하고 비굴하게 꼬리를 내리기도 하고,

그러면서 나의 취약한 면을 받아들인다.

언제나 그렇다 나의 취약함을 정면 대결하는 건 강해지려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려는 선택이다.


그래서 나의 글은 계속되어야 하고 부서짐도 계속되어야 한다.

그렇게 부서지고, 상처받고, 찌질함을 받아들이고,

나의

텅 빈 공간은 있는그대로 받아들여지고 비워지고, 비워져야지 또 많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비워지는 느낌은 자유롭다는 거다. 아무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의 중심을

느끼면서 비워지는 나!


글 쓰는 보람을 느끼는 이 순간이 좋다.


멋진 글, 재미난 글, 감동을 주는 글, 세련된 글, 돈이 되는 글,

그런 글 따위 무슨 상관인가! 난 나를 위해서 글을 쓰는데.... 나의 변화와 자유로움이

먼저인데....

내 안에서 멋지고 재미있고, 감동을 주는데....

지금 나는

나의 세계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이다.

내 텅 빈 공간이 바로 내 글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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