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을 나누는 사람

솔메이트

by 토끼

기분이 우울한 날 그녀를 만난다.


일상의 그 어떤 사건사고를 만나, 일에 치여서

나에게서 아무런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고, 자신감도 바닥이고,

뭔가 무능력한 거 같고, 무기력해지는 시간, 혼자

명상도 안 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그녀를 만난다.


그녀는 내 기분과 상관없이 나를 만나는 순간부터

생기가 돈다. 나의 상태를 설명하고,

축 처진 기분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깔고

고개를 반쯤 젖히며 앉아있을 동안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신의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떠든다.

우리의 이야기에는 별다른 레퍼토리도 없다.


" 집을 나서는데, 이제 막 아파트화단에 새싹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사진을 찍었지.. 여름이 되면 또

사진을 찍어야지 얘들이 얼마나 무성하게 커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 언니를 만나려고 호수 근처를 지나오는데

물결이 바람에 부서지는 게 보이는데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게

꼭 나한테 말을 거는 거 같더라고,..."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들은 그녀의 일상 속 내면의 이야기들로

연결된다.


" 아니 그 사람이 나한테 뭐라 한마디 하는데...

내가 기분이 하나도 안 나쁜 거야! 내 안의 새로운 자아가

갑툭튀 나와서 이렇게 지껄이더라고....

그게 뭔 상관이야. 지금 하늘이 이렇게 맑은데... "


그녀가 떠들 동안 고개를 반쯤 젖히며 있다가 바닥에 반쯤 누워 버린다.

그녀는 다시 기분이 업되서 더럽게 잘난 척을 한다.


" 아니 있잖아! 내 안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거야.

그때 내가 얼마나 대견한지...."


그녀의 잘난 척이 클라이 막스에 오를 때쯤이면

우울하던 내 마음이 서서히 발동이 걸리면서

그림자를 걷어내고 고개를 쳐들며

허리를 세우고 자세를 바로 꽂꽂 하게 앉는다.


그리고,

한 손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는다.



"야!

나 기분이 서서히 좋아지기 시작했어.

이제부터 내가 떠들 차례야"


내 우울은 그녀가 즐겁고 잘난 척하면

서서히 생기를 찾고 에너지를 받는다.

그녀의 잘난 척은 질투와 시기를 유발하지

않는다. 그녀의 잘난 척은 외부에서 손쉽게 채워진

것들이 아니라 내부에서 만들어낸 자신만의

농축된 에너지 들이다, 채우려고 애써 만들어진

것들이 아니라, 비우려고 몸부림치다, 만들어진

투명한 것들이다.



마치

우울한 엄마에게 다가가

눈을 반짝이며 자기 얘기를 떠드는 아이가

하는 얘기와 같다.


그녀는 내 유일한 마음공부 동지다.

우리가 마음공부를 함께 하면서부터

달라진 것은 내면에서 서로의 기쁨을 흡수한다는 사실이다.

우울도 기쁨을 만나면 동등해지고

기쁨도 우울을 만나 손 잡는다.


우리 이야기에는 경청이 필요하지 않다.

서로의 말을 끊어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마음이 하는 얘기는

너와 나의 구분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마음공부를 하면 할수록 달라지는 것이 있다.

자유롭게 서로를 놓아주면서

각자의 궤도를 따라 도는 길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새로운 행성이 된다.


그녀가 얼마만큼 나에게 소중한 사람인지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런 생각들은

마음공부를 하면 관계의 궤도에서

이탈해서 독립된다.


그녀는 단지 자신의 스토리 속에서

나를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 불가항력적 힘을 가진 존재일 뿐이다.



우리가 함께 만나 즐기는 시간이 끝이 나면 우리는 서로에게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녀가 어느 곳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이 선명할 뿐이다.



복잡하게 얽히고, 감정이 충돌하고, 이해관계속에 허우적 되는

수많은 만남 속에서, 존중하고, 배려하고, 자존감을

지켜가면서 살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나의 순수한 내면을 보여주기만 해도

되는 자연 그대로를 닮은 쉬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과의 만남이 있다는 게.... 가끔은 축복이다.

우리의 만남은 사람이라는 공간에 아니라

우리들이 만들어 놓은

내면이라는 연결고리 속 시간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


그 시간 안에는 너 나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하나의 마음으로

서로를 본다. 각자의 자아들이 아우성치지만

참나라는 마음들이 만나 축제를 벌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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