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믿음, 보다는 자유가 더 가치있다.

sns

by 토끼

내 글쓰기의 시작은 브런치의 댓글이었다.

내 인생의 겨울이었던 8년 전 한작가의 글에 댓글을 달기 시작하면서

아마도 글이라는 걸 쓰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다가 마음치유의 글을 스스로에게 하는 독백처럼 sns에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커뮤니티라는 공간은 소통이 있어야지 재미있는 공간이다.

자신의 속살이 드러나는 글을 쓰다 보니 솔직한 댓글들을 주고받고

서로 자신들의 내면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마음 맞는 사람을 오프에서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커뮤니티의 한계는 인정욕구에 스스로

함몰된다는 사실이다. 어떤 커뮤니티라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사람들이 모여있는 또 다른 사회 안에서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커뮤니티를 떠나는 데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물의를 일으켜서 강퇴당하거나, 꼴 보기 싫은 인간 피해 탈퇴하거나,

아무런 의미를 못 찾거나, 먹고살기 바빠서 소통할 시간이

도무지 없거나, 목디스크가 생겨서 할 수 없거나, 손가락 염증이 생겨서 못하거나, 짝사랑하던

사람에게 상처받거나, 성의 없는

게시글 올렸다고 경고 먹거나, 야한 사진 올렸다고 강퇴당하거나,



자유와 즐거움의 놀이터인 만큼 지켜야 할 약간의 규정과 규칙이 있는데

그다지 지키기 어려운 것도 아닌데

sns를 하다 보면. 사소한 것이다 하여

소홀히 하다가 서로 마음 상하는 일도 있고,

백개의 좋아요 댓글보다. 단 하나의 악플에

멘틀붕괴를 겪기도 한다.


지인 중에는 글을 쓰는 사람이 별로 없고,

사이버공간에서 이런 글을 쓰면서 소통하고, 상처받고, 고민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도 있다.


"아니 돈도 안되고 이익도 안되고 시간낭비하는 그

걸 왜 해? 그 시간에 잠이나 자지"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고, 소통하다 보면 중독되기 마련이고,

관심종자가 되어 발을 빼지 못한다.

깨달음의 글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 이런 이해할 수 없는 글 써서 시간 낭비 하지 말고, 벽에 머리를 한번 박아보세요

그러면 정신이 번쩍 들것입니다."라는 피드백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러면 상처받는다.


"아니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곳도 아닌데

무슨 상처를 받아?"라며 어이없어한다.

.

"이해관계가 없으니 더 상처받지.

오프는 정서적 이익이든 그 어떤 이해관계를 가지고

만나잖아. 결국은 하나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만날 수밖에 없어!

하지만 온라인은 아이덴티가 더 강하잖아.

자신을 포장하기는 더 쉽지만

본질은 자신의 정체성이 자유롭게 튀어나오지.

억누르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니 자신의 내면이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막막 건드려지는 거야. 인정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섭섭하고 진짜 민낯을 보는 거지"



"실체도 없는 사람들에게서 내면을 들킨다는 게

말이 돼?"



" 그러니까 웃기는 거지. 어쩌면 그게 언어의 힘이기도 하고"



" 그러면 그렇게 시간 투자를 해서 얻는 게 뭔데?"



" 얻는 거 글쎄. 재미있잖아.


일단 난 글을 쓰니까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또 소통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들을 배울 수가 있지."




" 근데 상처는 왜 받는 건데? 그냥 재미로 하는 거라면서"



" 그게 말이야 참 묘해.


연예인들이 악플러 때문에 자살하기도 하고 그러잖아.


도대체 나에 대해 1도 모르는 그런 인간들이 떠드는 소리에


왜 그들의 자아가 그렇게 흔들리는 걸까? 내 생각에는 말이야


어쩌면 자아를 더 성찰할 수 있는 곳이 온라인 아닐까 싶어


사회에서는 경쟁과 이해관계 때문에

상처받거나 멘틀이 붕괴되면

살아남아야 되니까? 기를 쓰고 참아. 자신을 보호하는 호르몬이


팍팍 나와서, 본능적으로 자신을 방어할 무기들을 만들어내지

그게 바로 페르소나야. 사회에 잘 적응하는 또 다른 나.

근데..... 자아성찰은 하기 힘들어. 왜냐하면 잘못한 게

정확히 없으니까. 자신의 능력 문제일 뿐이지 자신의 인격문제는 아니잖아.

그러니까 자신은 변하지 않고,

페르소나만 하나 더 늘어날 뿐이야.

즉 새로운 가면 뒤에 숨으면 되니까!

하지만 온라인은 숨을 곳이 자기 자신 밖에 없어

그러니까 자기라는 확고한 정체성이 없을 때 완전히 무너지게 되는 거지."


사실 아주 공들여 쓴 글들이 소외받거나 조회수가 없으면 글 쓸 힘이 안 난다.

또 나의 사유에 반하는 댓글을 읽으면 속도 상하고.

내 글의 주제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피가 뜨거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를 위해 글을 쓰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사람들의 반응들에게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커뮤니티에서 강퇴당한 사람들을

종종 본다. 어쩌면 이것도 해프닝일 뿐이다.

강퇴당한 만큼

맷집이 생기고 단단해져

또 불멸의 존재로 돌아온다.


온라인에서 욕하는 글을 올리는 사람, 또 누군가의 험담 글을 올리는 사람 치고,

자신의 사연을 객관성 있게 쓰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저 자신만 억울하다. 억울함을 못 참는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곪아터진 상처만 매번 들쑤시고, 다시 봉함하고, 또 터트리면서, 악순환을 되풀이한다.

하지만 온라인을 떠나지 못한다. 타인들과 소통이 그립고,

또 누군가는 내 글을 읽어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문득, 궁금했다.

나에게 상처 주었던 커뮤니티가 궁금해서 내심 망해버리길 기대하면서 몰래 잠입해 들어가 보았다.

리더는 여전히 예전처럼 변함없이 하하 호호 즐겁고, 사명감 있는 모습으로 글을 쓰고 나름 그들의 의미와 결속은 남다르다.

그냥 나만 아웃되고, 또 비슷한 성향의 사람끼리 모여, 잘 굴러가고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문제였던가! 하는 생각도

한다.


결론은 하나다. 내가 변했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런 성향의 커뮤니티에서는 소통의 소자도 힘들게 돼 버렸다.



내 글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고, 자존심 상하지 않고, 자존감 흔들리지 않고, 인정욕구에 매달리지 않고,


즐겁게 커뮤니티에서 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경우를 보면

내가 옳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버려야지 가능했다.

하지만 상처받는 만큼 탄력을 받고 또 자기 성찰을 한다.

나도 때로는 타인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 별 얘기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라는 생각이 들 때는

내면을 들여다본다.

" 또 과거 어느 하나의 결핍된 자아가 튀어나와서 기분 나빠하는구나!"


언제나 나에게 호의적이었던 사람이

작은 오해 때문에

어느 날 나의 빌런이 될지도 모른다.

내 글의 팬이고 호감을 보이던 사람이 어느 날 더 글 잘 쓰는 사람에게

꽂혀서 나를 홀대하고, 관심이 사라지고 변하는걸 눈앞에서 겪기도 한다.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과 친하다는 이유로 내 글을 보이콧하기도 한다.




sns에서 익명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 때로는 위로가 되고 즐거움이 되기도 하지만

자신을 하나의 틀에 가두고 마는 결과도 생긴다.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발견하고 싶어 지나치게 긍정적인 글만 쓰다 보면, 인정욕구에

중독되어, 더 큰 허무가 찾아오고, 현실감각이 떨어진다.

그래서 가끔은 아니 오래 자주,

잠수를 타고 sns를 쉰다. 일관성이 없고, 변덕이 심하며, 믿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피드백인지 모른다.

온라인에서 나의 정체성은 좋은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다.

관심을 받고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글을 쓰는것이 중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 관심에서 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고, 나다운 글을 쓰고, 스스로를 긍정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자유라는 즐거움은 믿음과, 일관성, 보다 더 큰 가치를 안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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