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착하지 않으셨다.

외로움을 견디는 삶

by 토끼

솔직한 사람은 신뢰가 간다.

그 사람을 액면 그대로 보게 하고, 에둘러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매사에 예측가능하기에 솔직함은 나를 편하게 해 주지만 자신의 솔직함을 무기로

자신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 때문에

애정표현도 솔직하고 섭섭함도 솔직하고 기분 나쁨도 솔직하다.


솔직하다는 건 자신에게 당당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자존감을 갖게 해 준다.

왜냐하면 나는 당당하니까!

강하고 거침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사람 한 명을 꼽으라면

바로 나의 어머니 김복자 여사다.


내 어머니는 착하지 않으셨다.

늘 잔소리를 하셨고, 자신이 힘든 것들을

거침없이 쏟아내셨다.


늘 혼자였지만 외로움 따위를 비웃으면서

감성은 사치라고 여겼고, 드라마는 따위는 보지 않으셨고,

뉴스와 시사프로만 보셨다.

어머니는 시장에서 어물전장사를 하셨다.

악착같이 일하시는 와중에도.

단 한 번도 가족들의 식사준비를 거르는 일이 없었고,

자신의 책무가 자식들 배를 굶기지 않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무장한 분이셨다.


당신 자신의 삶이 그러했기에 어릴 때부터 나의 본분이 무엇인지 늘 기억하게

세뇌시켰다.


착하지 않은 어머니를 생각한다는 건 어른이 되면서,

고마운 일이었다.


반항하는 즐거움도 있었고,

마음껏 미워해도 괜찮았고.

독립을 하고 싶어도 걸리는 게 없었다.


내 어머니는 속에 말을 담고 살지 못하는 솔직한 성격이셨다.

늘 자신이 원하는 것과 힘든 것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셨다.

그 솔직함을 무기로 늘 당당하셨기 때문에 매사에

자신의 의무는 다했노라 늘 나에게 게 확인 시켜주셨다.

하지만 이런 당당한 솔직함은 가끔은 폭력처럼 나를 아프게 할 때도 많았다.

강요처럼 들리고 집요함으로 느껴질 때가 훨씬 많았고, 어머니의

솔직함은 타인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빛을 발했다.


미주알고주알 다 이야기하고. 굳이 몰랐으면 되는 것까지 있는 그대로 다 이야기될 때

어머니의 입은 총알 같았다. 어린 나는 날아오는 총알을 맞지 않으려고

귀를 닫고, 마음의 철문을 닫아걸어 잠갔다.

어머니는 친구가 없었다.

하지만 외로움도 느끼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어쩌면 솔직함이 자신을 지켜지주는 무기였고,

건강의 비결이었을지 모른다. 평균연령이상을 사시면서,

돌아기시기 전까지 병원 한번 가신적이 없었다.


거짓이나 숨김이 없이 바르고 곧았던 내 어머니의 솔직한

유전인자를 그대로 물려받은 나는 나의 솔직함을

감추었다. 어린아이의 눈에 어머니의 솔직함은 감당이 안되었다.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서 자신의 무기로 삼는 어머니가 부끄러웠다.

그렇게 나는 어머니의 솔직함을 보고자라면서 어머니의 강함을

배웠지만 그 강함때문에, 연약한 아이로 자랐다.

어머니가 하는 모든 것들에 반항하면서, 솔직하지 못한 아이로 자랐다.


어머니의 솔직함과 맞서는 것은 어머니와 반대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자유로워지니 이제야

어머니가 조금은 이해가 된다.

어머니의 솔직함의 속내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어머니의 솔직함은 세상을 향한 자신의 항변이었다.

내면의 솔직함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솔직함 속에는 자신이라는 주인공이 없었다.

자식들의 잘못을 꾸짖을 때는

도덕적이 잣대를 들이대었고,

타인들에 대히 이야기 할 때는

자신을 합리화하느라 언제나 주관적이 되어

한 번도 객관적으로 자신을 대면하는 시간이 없었다.

남 탓만을 하면서 모든 사람을 자신의 적으로 돌려버렸다.


어머니의 삶이 불행하지는 않았지만 행복했다고 할 수없었던 이유는

고독이 아닌 외로움을 감내하면서 살았어야 했다.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엄마와 함께 있으면 딱 하루만 좋았고,

세상에 대한 험담을 감당해 나갈 힘이 없어서 도망치다시피 서울로 오곤 했었다.


자식들 중 누구도 그렇게 살가워하지 않으신 걸 보면 어머니는

자신의 그런 점을 평생 고수하시면서 사신 것 같다.


어머니의 솔직함은 내면의 솔직함이 아니라 배설의 솔직함이었다.

자신을 사랑한 적이 없었고,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세대를 살아오신 것이다.


어머니는 책임과 의무에 자신의 모든 걸 바치셨지만

말년에 자식들에게 외면받으셨다. 어머니를 쏙 빼닮은 큰아들과는 그 솔직한 성격이

서로 맞부딛히쳐서 사이가 좋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어머니는 아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돌아가셨다. 참 한결같으셨다.


어머니의 솔직함을 살아계실 때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알았다면 어머니와 조금 더 살갑게 지냈을 텐데...

막내인 나에게 어머니와 시간은 너무 짧았다.


솔직함이란 단어는 멋진 의미를 내포한다.

솔직함은" 거짓이나 숨김이 없이 바르고 곧다. "라는 이상적인 단어를 향해 가는 긴 여정이지

도착지가 아니다.

거짓이나 숨김이 없이 바르고 곧다는 솔직함의

사전적 의미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솔직함이란 마음의 표현이다. 선이나 정직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도덕적 잣대가 필요하지 않은 지극히 사적인 마음의 표현일 뿐이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내 마음은 풀린다.

하지만 타인의 마음으로부터 멀어진다. 솔직함의 범위와 수위 한계를 정하는 건

자신의 성찰과 스스로를 알아가려는 의지에 달려 있다.


솔직함을 풀어내는 방식을 갈고닦으면서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솔직함이 단지 자기 배설만으로 끝나버리면

솔직함은 지겹고, 습관이 돼 버린다.

솔직함이 매력이 되느냐.

자기 배설이 되느냐는

한 끗 차이다.


진실이 폭력이 될 수 있듯이 솔직함도 가해를 입힐 수 있다.

솔직함의 표현이 상대의 마음에 상처가 되더라도 해야만 한다면

솔직한 말을 내뱉고 나서

나의 솔직함이 가져다줄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솔직함 뒤에 따르는 결과를 견뎌야 하는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어머니는 그 시간을 혼자 당당하게 버티면서 사신 분이다.

어머니는 타인의 솔직함에 상처 입지 않으셨다. 타인의 솔직함을

방어하는 무기는 자신의 솔직함이었다. 그 솔직함으로 당당하게 싸웠다.


어머니의 외로움에는 어떤 아픔이 있었을까? 나의 아픔은 살아생전 어머니에게

불효한 것이 아니다. 어머니를 너무 몰랐다는 무지다.

어머니와 대화를 하고, 어머니를 알아가려는 노력이 없었다.

그래서 한 여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어머니로써는 사랑했지만 한 인간으로 사랑할 수없었던 건 순전히 나의 무지다.

어머니의 솔직함을 너무 늦게 이해해 버린 나는 이제야

어머니 딸이라는 걸 알게 된다.

나도 점점 어머니처럼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어머니처럼 되지 않기 위해

나를 알아가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기 위해

지금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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