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그림 앞에서 몇 시간을 서 있는 사람들은 그 그림 속에서
무엇을 느끼는 걸까?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 선율을 느끼는 것의
그 느낌은 또 무엇일까?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을 때
때로는 설레고, 때로는 따뜻한 그 느낌은 무엇일까?
아름다운 시를 읽고, 가슴 찡한 그 느낌은 또 무엇일까?
한 권의 장편소설을 다 읽고 나서의 그 느낌은 무엇일까?
그래서 어떤 느낌이세요?라고 질문했을 때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가슴이 뭉클했어요. 행복해졌어요.
라고 말한다. 또 어떤 사람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바닷속에서 헤엄칠 때 그 느낌이 뭔데요?
라고 또 디테일하게 물으면
아 그건 몸이 붕떠다니는 그런 느낌이요.
라고 말하고, 몸이 붕떠다니느낌은 좀 더 디테일하게 표현하면
어떤 거죠라고 물으면 한참을 생각한다.
우리에게 느낌은 원자단위로 쪼개지는 원소의 물질만큼이나
마음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감각적 몸을 감지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모든 몸의 감정을 느낌이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에는 느낌이라는 직관이 먼저 온다.
언제나 감정보다는 느낌이 먼저이다. 느낌은 무의식보다 먼저이다.
인간의 몸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본능적 보호장치가 있다.
먼저 숲 속에 사자가 나타나면 제일 먼저 위험신호를 감지한 뇌는 직관적인
느낌을 가진다. 그다음
근육들을 수축시킨다. 근육의 수축은 도망치기 위한 준비동작이다.
그다음은 뇌가 상황을 인지한다. 얼마만큼의 위협이 자신에게 닥쳐 있는지
판단을 한다. 그다음 그 판단여부에 따라 감정이 온몸으로 전달된다.
감정은 우리가 인지하는 모든 형태의 마지막 단계이다.
감정과 느낌은 동시에 존재할 수가 없다. 느낌은 감정 없이도 존재할 수 있지만
감정은 느낌 없이는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어려운 철학책이나 감동적인 소설책을 읽고 나서의 느낌이 다르다.
철학책은 이성을 필요로 하지만 소설책은 감성을 필요로 한다.
이성과 감성의 조화는 풍부한 감정을 만들어 낸다.
철학책만 읽는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텍스트의 이해를
느낌과 감정으로 가져오는 과정이다. 머리로 이해한 지식을 느낌으로 가져오지 못하면
감성적인 감각을 깨우기 힘들다. 느낌은 인간이 유사 이래 원시종족부터 유전자 속에 각인되어 온
인간의 감각이다.
나는 밤에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을 읽고, 그 문구들을 이해하고, 명상하는 시간을 즐긴다.
인간의 내면을 이성으로 이해하고, 이해했을 때 몸 안으로 느껴지는 그 느낌을 디테일하게 잡는다.
그리고 그 느낌을 잡아 명상을 한다. 그 느낌이 살아서 무의식의 한편에 차곡차곡 쌓이면
하나의 철학적 텍스트가 텍스트로 끝나지 않고, 감정을 만들고, 그 감정은
내 감성이 된다.
그다음은 텍스트를 읽지 않아도 그 느낌 안으로 들어가 명상을 할 수가 있다.
하나의 느낌이 오래 마음속에 머물면, 있는 그대로의 존재자체의 기쁨을 만끽할 수가 있다.
이때는 나라는 존재의 의미는 하나의 자연 속에 편입된다.
이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는가!
버스를 타고 가다가 창밖을 바라보면 길거리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도시 속 풍경은 다양한
건물들의 간판들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간판을 돋보이게 하려고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들이
형형색색이다. 건물 속 모양도 다 다르다.
처음에는 건물들의 모양들을 보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보고, 생각들을 불러와 자연스레 관찰을 한다.
저 술집을 아직도 안 망하고 있네... 주인이 건물주인가!
부터 시작해 여러 생각을 하다가
지루해지면 그냥 건물만 물끄러미 바라보게 된다. 그러다가 그것도 심드렁해지면
차창밖으로 지나쳐 가는 건물들이 단순해진다. 하나의 건물이 블록처럼 보이고.
그다음은 형태가 점점 심플해지면서, 선이 뭉개지고, 하나의 추상화처럼 된다.
그리고 나면 나도 추상화 속 하나의 선처럼 느껴지게 된다.
이때 바로 나는 하나의 느낌으로 존재한다. 나가 아닌
우주의 일부인 느낌만 남는다.
느낌은 많은 감정들을 컨트롤할 수 있다. 왜곡된 기억은 일상에서 아무런 일이 없이 생각만으로도
부정적 감정을 일으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을 듣다가 어제 일어났던 짜증 났던 일이 생각나면 감정이 한 번에 올라온다.
이때 감정이 올라오기 전 먼저 언제나 그 느낌이 먼저 온다.
생각이 떠오르면 몸은 느낌을 전달하고, 뇌는 그 느낌을 해석하고, 감정을 만들어 낸다.
일상 속에서 하나의 느낌을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느낌은 아주 단순해서 몇 가지 형태의 느낌을 잡으면 그 느낌만으로
존재자체의 행복감을 즐기 수 있다.
평온함은 느낌의 순간이다. 느낌이 살아 있을 때 우리는 평온함을 느낀다.
하나의 감정은 머무르지 않지만 느낌은 머물 수 있다.
무엇이든지 첫 느낌은 있다.
마음에 끌리는 글을 읽었을 때 이렇게 쓴다.
당신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느낌은 아주 오래 남아서, 일상의 평온함을 가져다줍니다.
당신에게 나라는 존재는 바로 그 느낌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