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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Apr 20. 2024

아름다운 시간

사랑하는 친구들

금요일 밤 지인들과 장례식장에 다녀온 후 카페에서 약간의 공부를 했다.

 늦은 밤까지  쏟아지는 잠을 이기면서  피곤한 기색이 역역한

내가 안스러웠는지 동무들이  함께 집까지 태워다 주겠다며,  다섯 명은  제일 먼저 나의 집까지 향했다.


시원하게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내가 한 가지 질문을 했다.

" 한밤중에 누군가와 간절하게 음악을 듣고 싶은 적이 있었어?"

이 멜랑꼴리 한 질문에 친구들은 모두 저마다 감성적이 되었는지 한 마디씩 얘기를 던졌다.


혼자 평온하게 음악을 즐기는 시간인데, 음악 때문에 평온이 깨어지고,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절절하게 올라오는 순간은 아마도 누군가와  함께 음악을 듣고 싶은

그런 이유인 건지,, 아니면 그 음악 때문에 누군가가 그리워서 외로움이 밀려온 건지는

모르지만 다섯 명은 그 외로움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함께 공감하고 있었다.


혼자

무인도에서 고립되었을 때  외롭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무인도에서는 차라리 고독하다는 말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외로움이란 상대적인 것이다.  고독하다고 느꼈던 시간들 속에는 음악이 하나의 친구가 될 수가 있지만

외로움 속에서 만나는 음악은 상실과 결핍이 될 수도 있었다.

외로움이란  누군가 채워져 있던 자리에서 느껴지는 공허에서 비롯된다.


늘 혼자였던 사람은 어쩌면 상대적으로 외롭지가 않다.

혼자였던 사람에게 누군가가 들어와 둘이 되었을 때 그때 비로소 외로움의 색깔이 드러난다.


나는 그대가 앞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는 표현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주는 두려움과

함께 소유할 수 없는 외로움과도 같다.


언젠가 이 감정이 희석되어 없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그리움을

몰고 온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웃고 떠들고 있다가 문득 외로움을 더 많이

더 잘 느끼는 이유는 채워져 있는 그 순간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 즐거운 시간이 곧 끝나리라는 허무가 이 순간을 잡고 싶어 하는 집착으로  먼저 마음을 습격하기 때문에 외로움이

미리 마음을 찾아온다.


" 그래서 음악을 함께 들을 동지를 찾기는 했어?"

라고 친구가 질문을 했다.


" 음 한 친구에게 아무 말도 없이 음악만 보냈어!"

" 그게 누군데, 우리 네 명 중 아무도 문자를 받은 사람이 없는 걸 보면 우리 중에는 없는 것 같고,..."

" 글쎄 누구한테 음악을 보냈을까? 그건 얘기할 수가 없네..."


나는 이 얘기를 하고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왜 그 사람에게 음악을 보냈을까?  

내가 음악을 보낸 사람은 몇 년 전  손절했던 친구였다. 미안함이 늘 남아있던 친구.

내가 처음으로 작정하고 끊어냈던 그런 친구였다.


그녀가 내 음악을 들었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문득 그녀에게 보내고 싶었다.

그녀와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1도 없지만 그녀에게 한 번은 사과하고 싶었다.

내가 너무 매몰차고 냉정했기 때문에...

다행히 그녀에게 아무런 답장이 없었고, 다음날 아침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날밤 음악을 함께 듣고 싶었던 사람은 그녀가 절대 아니었다.

절대 함께 음악을 듣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에게 음악을 보내 놓고,

어색함과 불편함을 함께 외로움의 방에 들여놓고, 나는 외로움을 희석했다.

그러고 나서 조금은 음악이 편안해졌다.


이런 나의 반전 있는 행위를 나는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했다.

" 뭐야 누구한테 음악을 보냈는데... 말 안 할 거야?"

한 친구가 또 재촉하지만 이미 그 이야기는 머릿속으로 사라졌다.


그때 자동차는 우리 동네 앞에 도착했다.


"내가 그 친구한테 보낸 노래 한곡 함께  다 듣고 자동차에서 내리면 안 될까?"

우리 다섯 명은 자동차 안에서 함께 노래를 들었다.

 3분 1초라는 그 시간. 우리 다섯 명은 자동차 안에서 아무런 말이 없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노래 한곡이 끝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래가 다 끝나고, 아무 말도 없이 차에서 내렸다.


봄밤 친구들이 탄 차가 어둠 속에서 빛으로 사라진다.

아름다운 시간 속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린다.

머릿속에서 음악이 맴돈다.


최유리-바람

울지 않을래 슬퍼지지 않게

더는 아픈 말 없게 나 이제

사랑한단 맘으로만 가득하게

난 한 치 앞을 봐 우리는 왜 대체

놓여버린 아픔에만 무게를 두렸는지

나와는 다른 마음 인지

가난하게 사랑받고만 싶어

깊은 마음에 기뻐하게

가난하게 사랑을 받고만 싶어

나는

난 한 치 앞을 봐 이미 우리는 다

놓여버린 말들에만 무게를 두었기에

아쉬움만 보인 거지

가난하게 사랑받고만 싶어

깊은 마음에 기뻐하게

가난하게 사랑을 받고만 싶어

이게 따분해질 일인가요

내가 그래 너를 바라다볼 때

난 사랑에 목이 말라있어

아픈 말 다 잊을 땐 날 찾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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