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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May 12. 2024

사기꾼에게 당하는 비법

사이비

일 때문에 타 부서 사람과 자리에서 아주 사무적인 드라이한 잠깐의 대화를  끝내고 뒤돌아 서려는데

 책상 위에 페이지가 접혀서 누워있는

책에 시선이 꽂혔다. 카프카의 소설집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책장에 제법 많은 쳘학관련서적들이

장식처럼 줄 세워져 있었다. 카프카의 소설을 읽고 있는 중이냐고 물어보려다가,

무관심 한 척  내 자리로 돌아왔다.  일하는 틈틈이 미디어의 노출보다는 종이책을 읽을 여유가 있다는 게 조금은 놀라웠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니터 앞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유튜브나 다른 채널의

예능이나 시사프로를 화면에 띄워 놓고  미소를 띠기도 하고, 흥얼거리기도 하고,

일하는 틈틈이 보면서 멀티로 일하고 있었다.

요즘은 사무실에서  종이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참 이상했다. 카프카 책을 읽고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그 사람과 친구가 된듯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밥을 사달라고 해도 선뜻 사줄 것 같고, 돈을 빌려달라고 해도

주머니를 털어 줄 것만 같았다.

만약 지금의  내가 갑부였다면,   이런 나의 심리를 이용해, 사기 조작단의 가장 만만한 먹잇감이 될 것이다.

그들이 쳐 놓은 그물망에 아주 촘촘히 엮여서

내 전재산을 야금야금 다 내놓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하나의 상상일 뿐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순진한 금수저라면 모를까!

돈이란 녀석의 실체는 사람을 그렇게 말랑말랑하게 두지 않는다.

부자들이 돈을 버는 이유는 간단하다. 절대 사람을 믿지 않고, 돈만 믿기 때문이다.

돈은 뜯어내기 위한 사기를 치기 위해서는 우선은 그 사람의 성향을 분석해서 그 사람의 신뢰를 얻어 내야 한다.  


허영끼가 있는지 동정심이 있는지 허영끼와 동정심을 동시에 가진다면 아주 손쉬운 먹잇감이 될 것이다.

투자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에 성공하려면 허영끼가 있는 대상을 물색해야 하고,

돈을 빌리기 위해 접근하는 방법에 성공하려면 동정심이 많은 대상을 물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

허영끼 있는 사람이라면 상대를 인정해 주고, 치켜세우는 전략과 함께

명품이나, 사회적 지위를 증명할 만한 증거를 보여주기만 해도

성공확률이 놓아진다. 연극인을 고용해서 잠깐의 연기만 펼쳐도 된다.

누구누구 회장님 아니십니까? 하는 그런 뻔한 맨트 하나에도 사람들은 넘어가기 일쑤다.

동정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최대한 동정심을 유발하는 갖가지 장치들을 사용해야 한다.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욕망과 허영, 동정심을 가지고 있다.

우선 정서적인 접근법으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음악적 취향이나, 문학적 취향이 가장 접근하기 좋은 방식일 것이다. 영화에서 보면  여자가 남자에게

접근해서 꼬신 다음 전재산을 빌려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수법을 많이 쓴다.

출신학교 동문을 위장하거나, 같은 도시에서 살거나, 그런 동질감은 마음 안에서

사기꾼은 일단 첫 만남에서 하나의 동질감을 만들어 마음의 바다에 물고기 한 마리를 넣어 두게 된다.

그 물고기는 마음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신뢰와 믿음을 세뇌시킨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어쩌면 이렇게 물고기 한 마리를 타인들의  마음속에 풀어놓는 것과 같다.

사기꾼이 노리는 것은 허영과 욕심이지 순수한 마음은 아니다.


사기꾼에게 사기를 당하는 사람 중에서 순수한 사람보다는 순진한 사람이 있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진짜 사람을 믿는 순수한 사람은 무언가 결과나 보상을 바라고 사람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진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그 무엇이 알기 때문에  사기꾼들이

던지는 미끼에는 관심이 없다.  노력하지 않고  쉽게 얻어지는 건 없다는 걸 알기에

그들의 미끼가 가짜 사금이라는 걸 보는 눈이 있고, 만약에 눈치채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잘못이라고 여기고, 사기를 당해도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프로 사기꾼이라면 순수한 사람에게는 접근하지 않을 것이다.  사기 치는 재미를 즐기려면

허영과 욕심이 가득한 그런 의심 많은 사람을 상대로 하는 게 스릴 있고, 죄책감도 덜하고,

사기의 절정을 맛볼 수가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 감정을 싣지 않고, 사기를 치려면, 연기를

완벽하게 해야 하는데.... 그런 연기에 넘어가는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그 사람에게서

보기 때문에 가능한 건지 모른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동영상을 아무 생각 없이 클릭하다가,

주진우기자의 V라이브 영상을 클릭했다.  한때 현대통령 부부의 자문으로 불리는 천공이라는

사람을 잠입취재 하는 영상이었다.  천공의 30만 원짜리 강연을 잠깐 들을 기회가 주어졌다.

천공이 유명해지기 아주 오래전 지인이 한번 들어 보라고 해서 보내온 동영상으로 천공을  알게 됐다.

 그때 천공은  정법이라는 독특한 강연으로

귀를  사로잡긴    했지만,

 그의 영상을  몇개  보면서 느낀 점은

그가 세상의 이치를 가르치는  방법이 지금까지 당연하게 알고 있는  내용을  

 아주 쉬운 단어로  그럴싸하고 확신에 차서 단호하게 되풀이한다는  느낌이었다. 사기꾼의 정석을 아주 충실하게 따르고 있었다.

기복신앙의 설교에서 신을

빼고, 세상과, 천공이라는 이름을 끼워 넣으면 된다. 대통령의 맨토라는 프레임이 씌워진 천공은 보수층의 믿음을 손쉽게 얻어냈다.  그의 30만 원짜리 강연은  지독한 극우 나르시시즘의 극치를 달리는 사이비 교주의

자기 우상화 내용이었다.

거기에 논리와 깨달음 같은 건 1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추종자들은 넋이 나간 듯이 홀려서 듣고 있었다.  


무엇이 그들을 현혹시켰을까?  답은 간단하다. 내가 너희를 내가 너를 잘되게 해 주겠다는 확신과

나를 믿고 따르면 그 뜻을 반드시 이루게 되리라는 세뇌였다.  


  그의 사상에는 하나의 고유한 개인의 정체성은 무시된다.

불평불만을 지양하고, 긍정적인 생활태도를 지향하는데.. 다분히 파시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태원참사를 두고, 아이들의 희생으로 대한민국이 한층 더 크게 될 조짐이 보인다라는 막말의

이유이기도 하다. 그가 사람을 믿게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너는 크게 될 인물이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반드시 세상에서 큰 뜻을 이루리라는 내용이다.


너는 특별한 사람이다라는 이 말에 사람들은 쉽게 상대에게 끌리고, 넘어간다.  

인간들은 왜 그렇게 세상에서 특별한 존재가 되려고 애를 쓰고 현혹되는 걸까?

특별한 존재를 추앙하고, 따르는 이유가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라는 이 아이러니는 또 무얼까?



인간이 아무리 위대해지고, 높은 지위를 누리고, 똑똑한 천재라고 해도,

우리의 감각을 넘어설 수는 없다.


우리의 감각을 인식하면

모든 사람은 스스로가 특별하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당연하지 않은가! 인간은 마음이라는 우주를 소유한 존재들이다.


우리의 마음에 새겨진 하나의 감각은 우리를 자신의 길로 가게끔 만들어 준다.  

사람이 순수하게 되는 이유는 하나의 감각이 우리의 마음에 새겨지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맞는 사람의 주파수를 감지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알아보게 되고,

타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느끼게 되고,  인간이 쫒는 공통된 탐욕너머의 허영과 허상을

알아보게 되고,  인간다움의 감각을  무의식에 새겨 넣는다.

인간다움의 감각이란 세상에서 큰 뜻을 이루고,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 더 나은 부와 지위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오늘 내가 왜 살고 있는지....  길거리의 고양이들이 똥을 누는 자리와 지구 위의 자동차들이

질서 정연하게 도로 위로 달리고, 사회도덕을 지키고,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는 우리의 마음속의 감각의

본질은 알아가는 마음을 알아가는 것이다. 자신의 특별함은 바로 우리의 마음속이 아닌가!

단조로운 자기 자신을 돌아다니다가,  하나의 새로운 감각이 이끄는 그런 사람에게 이끌린다.


무언가 하나의 동질감을 발견하면 급 호감이 가서 무작정 그 사람을 신뢰하게

돼 버리고,  그 동질감이 마음을 잡아끌어 자꾸만 밀착을 시키곤 하는

내 이상한 호기심은  평생을 되풀이하고 있는 습관처럼, 변함이 없다.  사람에게 끌리는  감각은  한번 새겨지면

그 뿌리가 깊어져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도 하나의 감각이 된다.

  그런 감각적 텔레파시가 느껴지는 사람을 만난다고, 그 사람이 특별해지는 건  아니다.

특별해지는 건  그런 감각의 인식적 순간이다.  감각적 느낌이 만들어낸

하나의 특별한 감정이다.

이런 감정 속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나의 습관들이다.

오늘 아주 특별한 하나의 감정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설렘으로

시작한 글 속에서  나를 넘어서 더 멀리 날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특별한 자유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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