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하기
나이 먹어서 가장 나쁜 점은 더 이상 꿈 따위를 꾸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육신보다 상상력이 먼저 쓰러진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것이 가장 두렵습니다.
근데 몸까지 아프면, 마음이 느끼는 고통은 두배가 됩니다.
몸이 아플 때 가장 나쁜 점은 아름다운 것들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아픔이든 시한부 인생의 아픔이든
아픈 순간은 마음이 무인도에 고립되어 버립니다.
그때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는 아름다운 것들,
따스한 햇살의 느낌 , 바람이 땀구멍을 스칠 때 부드러움,
아침 공기의 맛, 스산함의 매력! 저녁 어스름한 어둠의 색감!
당신이 웃을 때 내뿜는 청아함, 투박한 손의 옷음끼, 포옹해줄 때의 감촉,
커피에서 내뿜는 향보다 찐한 연기, 나를 배려하는 눈빛,...........
이 모든 것 들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이 마비됩니다.
아픈 순간 더 많은 글을 쓰고 글을 읽고 행복한 기억들을 가져와
고통 초차도 아름답게 가져와 머물고 싶습니다.
아플 때는 감동하는 마음이 사라집니다.
세상천지에 나만 혼자 아픈 것 같이 억울하고 슬프고 고립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아플 때일수록 사람들의 숲에서 숨을 쉬어야 해요. 마음은 끊임없이 상상하고 느껴야 해요.
아픔과 고통마저 호흡하고 내뿜을 수 있어야 해요.. 마음은 절대로
육신보다 먼저 죽을 수없기에
감사하고 감동하고 아름답기를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순간순간이 살아있음으로
빛이 나니까 말입니다.
아픈 그 순간에도 책들이 그림들이 음악들이 사랑하는 이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나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만들 수 있도록, 마음을 늘 깨어있게 해서 호수처럼 머물러야 합니다.
호수 같은 잔잔함 속에 머물면 아름다운 사유 속에서 마음만은 평온할 수 있습니다.
몸의 고통을 사색으로 어루만질 때
마음은 생기를 되찾고 다시 설렘으로 찾아듭니다.
죽음마저 꿰뚫는 온전한 받아들임의 시간만이 존재의 순간임을
스스로에게 언제나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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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전 발목 수술 후 힘들어서 허우적대다가 이제 좀 살만해서 마음이 기지개를 켭니다.
몸아! 수고했어 잘 견디어주어서.....
올 한 해는 늘 책과 글 속에서 살았습니다.
다음 브런치에는 출판작가의 세련된 글에서 시작해, 한 개인의 사적인 일기글까지,
다양한 글들이 많이 올라와서 구미에 맞게 읽기 좋습니다.
공짜로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음에 지인들에게 가끔 소개 할라 치면,
세상에 좋은 글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아마추어 글들을 읽어! 시간이 남아도니?
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는데, 내 개인적 취향은 유명 작가의 글도 좋지만 개인들의 날것 그대로의 진솔한 이야기도 마음속에서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 적이 많았습니다.
얼마 전 구독하던 작가 한분이 절필을 선언하면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겠다는 공지를 읽었습니다.
처음 미숙하게 출발했던 글과 그림이 점점 공감을 일으키고, 좋은 반응을 얻게 되자, 책도 출간하고 분위기가 업되는 시점에서. 글 쓰기가 뜸하더니
더 이상 즐겁지가 않다는 한마디를 남겼습니다.
아무런 보상 없이 자신의 불행에서 탈출하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가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는 글이었습니다
즐거움이 사라지게 되는 과정들이 눈앞에 그려지더군요.
처음 마음을 울리는 글들이 점점 피로감이 묻어나는 듯했지만 여전히 감동적인 글이었는데
.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시간 었나 봅니다. 글쓰기와 독서는 늘 언제나 나 자신을 중심에 놓고 즐기는
가슴설 레이는 일입니다. 좋은 글귀를 만나면 친구에게 들려주고 싶고.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이야기해주고픈 설렘의 대상이 있다면
사유의 시간은 행복 그 자체입니다.
자원봉사와도 같은 글쓰기와 포스팅은 어떤 의미나 즐거움 없이는 안 되는 일이기에
아무 보상 없이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 주신 작가님들 감사합니다. 또한
올 한 해 저의 글과 그림들을 읽어 주신
독자분들의 공감이 있었기에
이 공간 속에서 즐거울 수 있었습니다.
고마워요.
새해에도 이곳에서 즐겁게 웃어 볼까 합니다.
사랑합니다.
일러스트는
jimmy liao 님의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