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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Aug 19. 2019

장미의 가시에 길들여지다.

어린 왕자

그렇게 해서 어린 왕자는 여우를 길들였다. 그리고 어린 왕자가 떠날 시간이 다가왔을 때 여우가 말했다.
"아아 눈물이 날 것만 같아"
"그건 내 잘못이야. 나는 너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 "
"하지만 나 내가 널 길들여 주길 원했잖아"..."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건 그래 "여우가 말했다.
"그런데도 계속 슬퍼하고 있잖아"
"그래 난 아직도 슬퍼"
"그것 봐 길들인다는 게 뭐가 좋니"
"좋은 게 하나 있지 밀밭의 색깔을 보면" 여우가 말했다.
그리고 잠시 후 말을  이었다. 장마 꽃을 다시 가서 봐.
너는 너의 장미꽃이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거야.
"그리고 다시 내게 돌아와서 작별인사를 해 줘"
"그러면 내가 네게 비밀을 말해줄게"
어린 왕자. 179p


어린 왕자속

길들여짐!


 비밀을 알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길들임 뒤에 나의 몫으로  남은 것들!
15년간 나에게 장미와도 같은 한 사람과의 비밀이 풀리던 시간!
장미의 가시가 꽃들이 괜히 심술을 부려서 그런 것이라며 난 그녀의 심술을 받아주기만 했다.  사람들이 그녀를 힘들어해도 난 포기하지 않았다. 왜냐면 내가 물을 주고 벌레를 잡아준 장미이기 때문이었다. 가족 같은 정이 나를 덩굴처럼 휘감고 있었다.  하지만 지치고 또 지치고서 나서 난  15년째
되던 해 결국 그 장미를 포기했다. 너무나 연약해서 자신만을 보호하려고 가시를 드러내는 장미를 난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
처음부터 그 장미와 난 서로가 맞지 않았다. 하지만 덩굴식물처럼 꼬이고 꼬이면서도 엉겨 붙어 있었다. 떨어지는 법을 모르고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그 많은 시간 우리는 서로를 길들였는데 왜 그 장미는 더 많은 가시를 만들어내고 있었고
나는  지치기만 했을까?  
길들인다는 게 뭐가 좋니?라는 어린 왕자의 질문처럼 난  이별이 두려워서라기보다 나의 투자한 마음이 아까워서 장미를 떠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나 자신이다. 나를 길들이지 못했다. 15년이란 시간 난 내가 사랑하는 장미만을 길들였다. 타인에게 종속되어 자주적인 개체로써 나의 삶을 오롯이 살아내지 못하고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면서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왔다.
나를 길들이는 일은 사람들의 무게감이 나를 채워갈 때, 그 무게감만큼이나
내 안의 가치와 나만의 색채를 알아가는 것이다.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의 세계를 상대와 공유하는 일이다.
내가 나를 길들이지 못하면 가시를 만들어 낸다.
점점 날카로워지는 가시는 서로를 찌른다. 언제부턴가 그 가시에 길들여지는 시간이 오면 안 된다.
나의 장미가 그토록 소중하고  공들인 그 시간을 지키려고 했던 건 책임을 다하려고 했던 건.
어쩌면 나의 가치를 지키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품어서 지키는 것보다
이별해야지 지켜지는 것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안녕 잘 있어"어린 왕자가 말했다
여우가 말했다.
내비 밀을 말해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그건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난 연약하고 순진해서 자기를 보호하는 게 가시밖에 없는 장미를 사랑했다.
언제부턴가 그녀가 나를 길들인 게 아니라
가시가 나를 길들였고 그녀의 존재는 잊혀간다.
그녀의 가시조차도 사랑했지만.
내 안에 박힌 가시의 흔적조차
사랑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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