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를 아는 사람은 거의 모든 ‘어떻게’를 견딜 수 있다."
- 프리드리히 니체 -
몇 년 전, 패키지로 해외여행을 다녀왔을 때 가이드에게서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 가이드는 한국의 시골 할머님들을 모시고 괌으로 여행을 갔던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괌에 도착한 후, 가이드는 어르신들을 도와 입국 수속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일행의 중간쯤에 자신의 입국 수속을 마치고 먼저 간 할머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모두 수속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두 분의 할머님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리다 마침내 그 두 분이 나오셨고, 왜 늦었는지 물어보자, 할머님들은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릴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아니, 그 흰 코배기 양반이 넘사스럽게 자꾸 목젖을 보여 달라는 거야."
"목젖요?"
"그니께, 자꾸 보여 달라고 해서 입을 조금 벌려서 보여줬더니, 이번에는 더 큰 목소리로 '목! 젖!' 하고 소리를 지르지 뭐여."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하도 그러길래 크게 벌려야 하나보다 싶어서, 양손으로 요로코럼 볼을 가리고 그 양반만 볼 수 있게 크게 목젖을 보여줬지. 그렇게 해서 통과혔어, 이 친구에게도 처음부터 크게 입 벌리고 목젖을 보여주라고 알려줬어. 이상한 나라여, 남의 목젖은 뭐땀시 볼라 한당게"
입국 수속 시 일반적으로 여행의 목적을 묻는다. 영어로는 'Purpose'인데, 한국 사람이 워낙 많이 방문하다 보니, 입국 심사관들도 한국어로 "목적"이라고 물어보곤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목적'이라는 단어가 '목젖'으로 들리면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입국 수속에서 심사관에게 여행객의 여행 목적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우리의 직장 생활과 일에서도 목적은 매우 중요하다.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일을 왜 하는지, 즉 목적을 먼저 정의하는 것이다. 또는 그것이 어렵다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자기 최면을 거는 것도 방법이다. 일의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은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성공적인 결과를 이루는 데 필수적이다. 이는 명확한 방향성과 동기부여를 제공하며, 효율적인 작업 수행과 문제 해결을 돕는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인사 업무를 하다 보면 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인사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인사 업무를 Bad Cop과 Good Cop의 역할로 나누어 설명하곤 한다. Bad Cop 역할은 규칙 준수, 성과 관리,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며, 주로 규율을 유지하고 공정한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 반면, Good Cop 역할은 직원 복지, 교육 및 개발, 동기부여에 중점을 두며, 직원들의 만족도와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인사 부서는 이 두 가지 역할을 균형 있게 수행함으로써 조직의 전반적인 건강과 성과를 증진시킨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때로는 49:51, 때로는 51:49의 비율로 각 역할을 필요에 따라 적절히 사용해야 직원들의 신뢰와 조직의 성공을 지원할 수 있다.
내가 경험한 가장 힘든 인사 업무 중 하나는 비자발적 퇴직 관리, 즉 해고, 구조조정, 권고사직, 고용 계약 해지 등의 업무였다. 이러한 업무를 수행할 때, 일반적인 회사라면 당연히 법적 및 윤리적 책임을 다하고, 직원에게 적절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회사가 이상적으로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대상자의 선정, 통보, 처우 협의 및 미래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일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킨다. 퇴직 관리의 필요성을 회사의 목적에서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회사 입장에서만 목적을 이해하고 일을 할 경우 개인(비자발적 퇴사 대상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일을 처리하여 회사의 평판을 떨어뜨리고 직원과 회사 간의 관계를 해칠 수 있다.
실제로 나 또한 대규모 비자발적 퇴직 관리 업무를 진행하면서 회사와 개인의 입장에서 목적을 완벽하게 정립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탓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과 상담과 장기 휴가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렇다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목적을 확인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Why Why Why'라는 “3 Why”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즉, 업무를 수행하기 전에 최소한 세 번 '왜'라고 질문을 던져 목적을 확인하는 것이다. 우연히 사내 교육에서 일본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의 문제 해결을 위한 '5 Why' 기법을 배우게 되었고, 이를 차용한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인사팀장으로서 상장 준비 TF에 참여하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상장이 왜 필요하지?" "상장을 하는 데 나는 왜 필요한가?" "상장에 실패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게 최소한 세 번 이상의 '왜'를 통해 업무의 목적을 확인한 후 업무를 시작하면, 업무의 방향성을 명확히 할 수 있다. 이는 동기부여를 제공하고, 효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업무 몰입도를 높여주어 문제 해결이 용이해진다. 지금도 내 책상 파티션 상단에는 ‘Why Why Why”가 인쇄되어 부착되어 있다.
목적을 명확히 하고 일을 시작하는 것은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단순히 업무의 성공뿐만 아니라, 나의 성장과 성취감을 극대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나는 직장에서의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하며, 더 나은 직장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직장 생활에서도 목적의 중요성이 크지만, 인생에서는 목적이 더욱 중요하다. 인생에서 목적을 아는 것은 우리를 더 강하고 회복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삶의 도전과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종종 방향을 잃거나 의욕을 상실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행동과 선택에 대한 명확한 목적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중심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는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처럼, "’왜’를 아는 사람은 거의 모든 ‘어떻게’를 견딜 수 있다"라는 문장은 인생의 진리를 함축하고 있다. 우리가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을 때, 우리는 그 답을 향해 나아가는 '어떻게'에 대해 더 큰 인내와 용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힘든 일을 참고 견디며 열심히 일한다. 그에게 있어 일의 목적은 단순한 생계를 넘어서 가족의 행복과 안녕을 위한 것이다. 이러한 명확한 목적이 그를 하루하루 버티게 하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이처럼 명확한 목적은 우리를 지탱하는 기둥과도 같다.
또 다른 예로, 한 예술가는 자신의 예술을 통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예술가의 길은 종종 외롭고 험난하며,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목적이 뚜렷한 예술가는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작품을 계속해서 창작하고, 그 과정에서 오는 고난과 좌절을 이겨낼 수 있다. 그가 느끼는 열정과 사명감은 단순한 생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 목적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간다.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삶이 목적일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나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이 목적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그것을 명확히 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이렇게 목적을 중심으로 삶을 살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결국, 인생에서 목적을 아는 것은 단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을 넘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정을 즐기고,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우리 앞에 놓인 '어떻게'를 능동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된다. 목적이 있는 삶은 우리에게 방향성과 의미를 제공하며, 그로 인해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일상과 인생의 모든 측면에서 '왜'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며 우리의 목적을 명확히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목적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To-Do 리스트 5가지를 소개해드립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 '왜' 질문하기 : 해야 할 중요한 일에 대해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세요. 예를 들어, " 이 회의에 왜 참석해야 하는가?" 또는 "이 프로젝트를 왜 완료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일의 목적을 명확히 정리하고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장기 목표 설정 및 기록하기 : 1년, 5년, 10년 등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명확하게 기록해 보세요. 이 목표들이 나의 가치와 일치하는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를 고민하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단계들을 구체적으로 계획해 보세요.
일과 삶의 균형 맞추기 : 직장에서의 목표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의 목표도 명확히 설정하세요. 예를 들어, "일주일에 한 번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매일 30분 운동하기" 등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하세요.
주기적인 자기 성찰 시간 가지기 :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어 자신이 세운 목적과 목표를 점검해 보세요. 현재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설정한 목표와 일치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목표나 계획을 조정해 보세요.
작은 성공 경험 축적하기 :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작은 단계들을 설정하고, 그 단계들을 하나씩 성취해 나가는 경험을 쌓아보세요. 예를 들어, 큰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한 세부 작업 목록을 작성하고, 하나씩 체크해 가며 작은 성취감을 누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작은 성공 경험들은 동기부여를 강화하고, 더 큰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열고 배우자, 사랑으로 깊게 생각하자, 좋은 변화를 만들어 가자!
Let's get it!
- 스펀지의 다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