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이 임박하여 갑자기 말하면 사람들이 놀랄까 봐, 몇몇에게 내 이름으로 된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저..... 사실(살짝 뜸 들이며).... 할 말 있어요."
"뭐어? (함박웃음) 그럼 혹시~~~ 셋째?"
아니 왜!!!!! 애 둘 있는 사람이 할만한 특별한 소식은 셋째라고 생각하는 건데!
나는 <출산> 대신 <출간>을 하기로 했다.
엄밀히 말하면 이제 엄마 역할도 좋지만, 내가 사랑하는 글쓰기를 더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는 일종의 선포가 아닐까 싶다.
내 출간 소식을 듣고 얼떨떨해하던 사람들에게, 책이 나온다는 말을 하니 몇 가지 질문을 하더라.
-무슨 주제인가?
평소 하던 것들을 모아서 글을 썼다. 그게 알고 보니 루틴이었다. 내 루틴에 대한 이야기다.
- 갑자기 왜 썼나?
갑자기 쓴 건 아니다. 2019년부터 매일 한 줄이라도 글을 썼다. 그것들이 모이면서 글감이 되어 책으로 쓰였다.
- 몇 페이지 인가?
사실 페이지 수를 궁금해하는 건 나도 당황스러웠는데 워낙 숫자에 민감한 이과생들이라 그런가 했다. 242 페이지쯤 된다.
- 주위에서 많이 지지해주는가?
처음에 내가 글을 쓴다고 할 때 비웃던 신랑도 일등 지지자가 되었고, 부모님도 엄청 좋아하신다. 심지어 9살 딸은 화장실에 있느라 전화를 받지 못한 나 대신 전화를 받고, "염혜진 작가님 핸드폰입니다"라고 까지 말했다.
- 집에 혹시 작가나 글을 쓰는 사람이 있는가?
친정 엄마가 우리 자매를 키우며 겪은 사연을 라디오 방송국에 보내서 침대, 밥솥, 장판 등 살림을 장만할 정도로 글솜씨가 있었다. 내 친언니는 국문과 출신,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글에 1도 관심 없던 내가 글을 쓰게 된 건 어쩌면 '글쓰기 욕구 유전자'가 조금 있나 보다.
- 이제 전업 작가가 될 생각인가?
나는 아직 약사일이 좋다. 전업 작가까지는 아니지만 매해 1권씩 책을 내는 것이 목표다. 10년 안에 10권을 낼 생각이다. ( 이 정도면 전업인가? ㅋㅋ)
- 이 책을 좀 멋지게 소개해 봐라. 자기 PR시대인데!
장래희망이 '약사'였다면서 내가 하는 일을 궁금해하는 분도 계시지만, 나는 일상이 늘 지쳤다. 회사원으로 일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살림하는 게 워킹맘의 일상이긴 하지만 너무 힘들었다. 늘 '지친다'는 말만 달고 살았고 인생이 재미가 없었다. 하루하루 버티며 사는 게 재미없고 무력감에 짓눌려 우울감이 커졌다.
극단적인 생각이 휩쓸고 지나갈 때가 있었는데 천사같이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펑펑 울었다. 한마디로 살기 위해 시작했다.
평소에 안 하던 행동들을 하나씩 추가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고 책을 읽고,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느리지만 꾸준히 하나의 행동을 계속했고 적응할 때쯤 또 다른 행동을 추가했다. 규칙적이고 반복된 행동들을 몇 년간 반복하면서 조금씩 마음도 몸도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