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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Nov 12. 2021

개다리춤의 미학

모두 다 출수  없는 개다리춤

첫째가 2학년이 되더니 활발함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물론 이건 집에서만^^

학교에서는 발표도 안 하고 조용한 학생이라나 뭐라나.

왜 말을 못 해! 왜~


그런 첫째가 최근, 자꾸 뭔가를 보여주겠면서 나를 으슥한 곳으로 데려간다.

그리고는...


춤을 춘다.. 일명 '개다리춤'


개다리춤
양다리를 마름모로 벌렸다가 오므리는 행동을
 빠르게 반복하면서 추는 춤.

다리는 벌렸다 오므렸다 하고, 그 사이 손뼉을 같이 쳐야 한다.

나름 다리와 팔이 따로 놀아야 하는 고난도 동작.

모양새가 너무 웃겨서 깔깔대니 옆에 있던 둘째 녀석도 누나를 따라 한다며 다리를 흔든다.

앗 그런데 이상하다, 개다리춤이 뭔가 이상해!!


6살인 둘째는 다리는 살짝 흔드는데 빠르지 않고,  무엇보다 손이 따로 놀지 않는다!

아.. 개다리춤도 신체의 협응 능력(신경 기관, 운동기관, 근육 따위가 호응하며 조화롭게 움직이는 능력) 이 발달해야 출 수 있구나!!

그 순간 깊은 깨달음이 왔다.


나도 생각해 보면 초등학생 시절 곧잘 친척 어른들 앞에서 개다리춤을 추었다.

그게 뭐라고 그렇게 열심히 였는지 모르지만, 뭔가를 정복했다는 그 느낌이랄까.. 희열을 느꼈다.

거기다가 어른들이 자꾸 잘한다, 잘한다 하니 나도 모르게 친척집 순회공연까지 했더라는..

(은근히 무서운 어른들... 그게 다 어른들이 조종한 거였는데 멋모르고 따라다녔어! )


우리 아이도 드디어 그런 시기가 왔나 보다.

개다리춤 마스터가 되고 나서  뭔가 정복한 느낌을 즐긴다고나 할까? ㅋㅋ

단지 학교에서는 조용함을 담당하고 있다니, 이 재미있는 걸 친구들 앞에서 뽐내지 못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도 둘째는 열심히 노력은 하지만 아직 협응 능력이 발달하지 않아선지 개다리춤 동작들이 모두 어설프다.

그렇다고 못한다고 하면 삐질까 봐 열심히 잘한다고 장단은 맞춰주는 중인데, 나도 모르게 귀여워서 웃게 되는..


내후년 초등학생이 될 둘째도 개다리춤 능력자가 되길 바라며.


가끔은 아이들이 너무 빨리 크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다.

 지금 이 순간, 오늘 속에서 기쁨을 찾자.

첫째와 둘째
셋째 미라클 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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