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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Jan 27. 2022

반지하의 제왕

잘 가요 그대들~

기억 속에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시절이 있다.


2018년 복직과 동시에 들어갔던 항암주사 조제실에서 나와 같이 일하던 세명은 웃고 울고 힘든 시기를 함께 보냈다.

일이 너무 힘들어서 체력을 보충하겠다며 점심시간에 보쌈을 먹으러 나갔고, 송년회라며 치킨과 피자, 떡볶이를 시켜  우리 집에서 파티를 열기도 했다.

힘들어도 똘똘 뭉쳐 무엇이든 해냈다.

우리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반지원정대 같은 그룹이었다.

항암제 조제라는 산을 넘어  절대반지는 없지만  절대 업무량을 해냈다.

각자가 낼 수 있는 최고의 기량으로 인원 부족이란 적과도 싸웠다.

우리끼리는 안다. 그 1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해결하지 못하는 숙제란 없다는 듯,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치열하게 보냈다는 걸.


하지만 최근에 부서장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알았다. 우리 기억과 부서장님의 기억은 달랐다. 

우리가 기억하던 그 시절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람도 없고 체계도 없고, <전쟁통에 밥만 겨우 지어먹던 시절>라고.

지금의 항암주사 조제실이야 말로 완벽하게 체계가 잡히고 제대로 돌아가는 곳이라고.


우리했던 노력은 부서장에게 그냥 밥이나 지어먹던  일로 치부되어 버렸다.

그때 있었던 우리 4명 중 한 명은 오늘까지. 다른 한 명은 2월 둘째 주까지 다니고 퇴사를 한다.


우리의 노력이 어땠는지 알아달라는 건 아니다.

단지 병원 지하에서 제왕까지는 안돼도 반지 원정대만큼이나 각자의 엄청난 재능으로 그 1년을 버텼던 우리를 마치 반지하에서 노닥거렸던 아이들 쯤으로는 치부하지 말아 달라는 이야기다.

지금  떠나는 그들이 [체계가 완벽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간  New 항암주사 조제실] 때문에 떠난다는 걸 알기는 하는지~


떠나는 동료들.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나도 더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많이 보고 싶을 겁니다.



#그림: 글 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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