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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Apr 22. 2022

내가 보험 사기꾼?

사소한 순간의 울컥함

지난주였다.

여느 때처럼 아이와 언어치료를 마치고 보험금 청구를 했다.


작년에 아이 언어치료를 하다 알게 되었는데, 사설 언어센터는 보험 적용이 안되지만  병원에서 언어치료를 하면 보험 적용이 된다고 한다.

병원  언어치료는 대기가 길다는 말이 그 뜻이었다. 우리 병원도 1년간 예약이 밀려 있다고 했다.


보통 보험사에 언어 치료 청구를 하면 적어도 3일 안에는 보험사에서  입금이 되 했다.

(여태 실손보험은 들었지만 한 번도 청구를 안 했던 탓에, 자꾸 까먹어서 주 단위로 청구했던 나다.)

그런이번에는 이상하게 입금이 안되더니 3일 차에 새로운 담당자라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

"OO보호자 되시나요? "

"네에. 그런데 뭣 때문에 이번에는 입금이 늦을까요?"

" OO의 병명이 기록된 진료 기록서나 진단서를 보내주세요".

"저 여태 그거 안 내고 계속 청구해도  처리되었는데요?"

" 그건 저는 모니다. 앞 담당자가 다 관둬서  그분들 일처리는 저와 관계없고요. 서류 추가 안 하시면 못 받아요."

" 왜  지금에서야 서류를 요구하시는 거예요?  제가 여태까지 허위로 신청한 것도 아닌데. 저도 청구 안 하고 보험금 안 받고 싶어요.  치료 가지고 장난치지 않아요!"


여기까지 말하고 또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그분도 여러 명 상담하느라 지쳤겠지만 순간 딱딱하고 경직된 말투에 숨은 뜻이 있다고 느낀 건 기분 탓일까?


마치 '  일하는 병원에서 일부러 언어 치료라고 하고 가짜 청구하는 거 아니야?'로 들렸다.

1년간 아무 말 없이  주던걸 갑자기 담당자가 바뀌었다며 다른 서류를 요구하니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전화를 거칠게 끊고 난 후 문득 상담사에게 미안한 감정이  올라왔다.


나도 작년 한 해 동안 아이  언어치료가 끝날 거라 믿었고, 마음속으로 믿고 싶었다. 하지만 올해도 여전히 치료를 받다 보니 아직도 가끔 울컥한다.

그 마음이 보험 청구  담당자의 말을 듣고 갑자기 큰 덩어리가 되어 마음속에서 확 올라왔다. 그분  잘못도 아닌데 내가 울 정도로 화를 내다니~


다음날은 마음을 진정하고 진단서를  첨부해 다시 청구를 했다.


아이와 관계된 일은 늘 내 마음을 뒤흔든다.

그래도 내 마음을 알아차려서 다행이다. 

올해는 반드시 나아질 거라 믿어본다.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spooky16/133


#언어치료

#말더듬

#말더듬보험청구

#보험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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