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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May 13. 2022

완벽한 호갱이 되는 법

나는 더블 호갱님.

핸드폰을 바꿨다. 이전 핸드폰을 산지 정확히 1년 만이다.

1년 만에 핸드폰을 바꾼 이유는 간단했다. 최근 들어 SNS 생활을 즐기는 나에게 128기가의 용량이 부족했고, 용량이 부족하니 앱을 지워도 핸드폰이 자꾸 멈추고 버벅거렸다.

폰을 바꿔야 하나 고민할 즈음 우연히 이런 이메일을 보았다.


(광고) "갤 OO S22 더블할인 2만 원"


평소 같으면 말도 안 되는 광고라고 클릭해보지도 않았을 거다. 최신 핸드폰을 2만 원에 산다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이고, 불특정 다수에게 오는 광고 메일을 믿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폰 바꾸기에 관심이 생긴 나는 이성이 마비되었다. 심지어 그런 것만 눈에 보이니 어떤 단톡방에서 테 oo마트나 용산에서 현금 2-4만 원에 기계를 바꿨다는 사람들 후기만 보이는 게 아닌가.

전화번호를 남겼다.

루가 지난 후 뭔가 현란한 말솜씨로 설명을 하는데,  결론은 16만 원 기계값을 24개월 할부로 내면 된다는 거다.

 살짝 이해 안 되는 계산법이지만, 이런 기기 변경 방법도 있구나 생각하고 얼른  신청했다.


그렇게 기계를 최신형으로 바꾸고 요금이 나왔다. 그런데 내 기계값은 새 기계값 그대로 100만 원 가까이 내는 금액을 30개월 약정한 그대로?!

다시 판매점에 전화를 하니 다른 직원이 받았다. 그분 말이 약정 24개월은 원래 기계값을 다 내야 하며, 이후 30개월 중 남은 6개월치의 기기값을 내준다는 뜻이란다. 단 조건은 그 대리점에서 다른 핸드폰을 바꿔야 주는 혜택이라고!!!


순간 머릿속에서 종이 울렸다.  애초에 16만 원 기계값을 24개월 할부한다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야 하는데 빨리 기계를 바꾸고 싶은 마음뿐이었나 보다.

황당한 건 이전에 쓰던 폰도 5만 원만 내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기계값 할인이 들어가 있어 이번에 핸드폰을 바꾸면서 그 폰의 위약금까지 내게 된 것이다.


나는 완벽한 이중 호갱이었다. 지난번 핸드폰도 제대로 된 설명을 못 들었고, 이번에도 마찬가.

왜 논리인 설명도 아닌데 그들의 말을 무조건 믿었을까.


요즘 데이비드 호킨스의 <치유와 회복>을 읽고 있다.

"부정적인 프로그램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바로 아이의 순수함이다. 이런 순수함은 우리의 의식 속에 평생 남아있으며 언제나 작동한다. 순수함 때문에 잘못된 것도 받아들인다. 그러나 내면의 순수 자체는 더럽혀지지 않는다.

타인은 물론 자신까지 용서하려면 이 내면의 순수를 다시 인식해야 한다." (62p)


좋게 말하면 너무 순수하고, 나쁘게 말하면 참 쓸데없이 사람을 잘 믿은 나 자신을 다시 되돌아봤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리고 확실한 게 아니면 제값을 줘라.

인생은  배울게 많은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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