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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Dec 14. 2022

약사로 살기 쉽지 않아요.

저도 힘들어요

나는 나름 긍정 마인드를 가지고 있고, 어떤 경우에도 긍정의 에너지를 가졌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이런 나도 와장창 무너지는 날들이 가득하다.


1. 약이 잘못 갔어요(내부 부서의 불만)

이번 월요일은 평소보다 일도 많고 오전부터 지쳐버렸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끼리 농담으로 "우리 이러다가 월요병 걸리겠어요"라고 농담도 했다. (이 직장의 최고 장점은 딴 요일보다 월요일이 덜 바쁜 거였는데 그날은 예외)

문제는 오후였다. 수술실이라고 약을 한꺼번에 타가는 부서가 있는데 거기 약이 몇 개가 덜 갔다. 약을 챙긴 약사는 따로 있었는데 잘못 챙긴 것. 하필 그 전화를 내가 받았는데 목소리가 낯이 익다!


 이전에도 내가 이 분 전화를 받았는데 (내가 실수했던 상황이긴 했다. ) 그때 말이 이런 식이었다.


'약제과는 하루 이틀 실수한 게 아니다'

'내가 약제과 때문에 살 수가 없다'

'약제과 도대체 왜 그러냐?'


헉.. 살 수가 없단다. 타 부서가 우리 부서 때문에 살 수 없다니.

현실적으로 병원약사는 늘 부족하다. 그래서 약이 덜 올라가거나 가끔 잘 못 나가는 거 인정한다. 그래도 실수 하나 때문에 예전 일까지 끄집어내서 나에게 모든 불만을 쏟아내다니.

역시나 이에도  레퍼토리를 반복하시는 게 아닌가? 다시  이야기해봤지만 절대 대화가 안 통하는 분이었다.

순간 너무 화가 나고 기분은 나쁘지만, 이 일이 내 한 일이 아니라도 이 대화는 끝내야 했다.

 화를 억누르고 마법의 한 단어를 외쳤다.


"정말 죄송합니다 " (여기다가 죽을 만큼이라고 붙였어야 하나.. 우리 부서 때문에 죽겠다니)

죽지마요

2. 까탈스러운 환자

분명 약도 바르게 줬고, 약통까지 챙겨달래서 챙겨줬는데, 뭔가 진료를 보다가 혹은 퇴원 수속 시 불만이 쌓인 환자였다. 병원 약국은 항상 환자가 병원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들르는 장소다.

(병원 약국은 입원했다가 퇴원하는 분들이나, 정신과, 투석하시는 분등 원내 사유가 되는 분께는 병원 안에서 약을 드린다. 나머지는 다 바깥 약국에 처방전을 들고 가야 함!! 제발 여기서 약 탈 수 있냐고 만 물어봐줘요ㅋ)


"내가 이 병원에 얼마나 단골인지 알아"(약이 늦게 나올 경우)

"약값이 왜 이렇게 비싸게 나온 거죠"(보험 되던 약이 비보험으로 바뀐 경우)

"이 통 말고 다른 통으로 바꿔줘요"(빈 통 달래서 줬더니 다른 통 요구)


힘드신 건 알겠는데 이런 분들이 연속으로 오시면 저도 좀 힘듭니다ㅜㅜ

힘들다냥

3. 같이 일하는 동료

음.. 같이 일하는데 합이 맞다면 좋으련만. 어찌 이리도 우린 안 맞는 건가요. 

같이 일하는 동료 중 나이는 제일 많은데 늦게 입사한  Y 약사님.


"난 가는 곳마다  일복이 없어요"


이런 말 하지 마시지~  사실, 그분이  너무 늦게 움직이시니 주변 다른 약사들이 일을 다 한다는 거 아세요? 그러니 일복이 없다 느끼시죠.

 아무리 바빠도 정말 조금 일하시니 그분 사전에 일복이란 없다!!

대신 주위 사람은 일복 터집니다 :)


그냥 힘들어서 주절주절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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