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에 대한 추억

힘든 것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

by 에너지드링크

난 두부 관련 회사를 다녔었다.


연구소에 가면 두부를 시식하고, 새로 나온 두부에 뿌려먹는 소스를 시식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일이라는 명목아래, 두부. 순두부. 부침두부. 찌개두부. 유부 등 두부 종류란 종류는 다 먹었다.

시제품이 두부라서 공장에만 가면 두부를 챙겨 올 수도 있었는데 난 요리에 관심 없던 아가씨여서 두부는 한모 정도만 가져왔었다.

(지금 같으면 아줌마 정신을 발휘해서 10판도 가져왔을 듯)


심지어 지금 생각해 보니 출판도 간접 경험했다.

바로 회사 다닐 때 나왔던 책, Everyday 두부

이 책은 회사의 두부사업부에서 기획하였다. 출판사를 선정하고 기획방향도 의논했다.

책에 들어갈 두부 요리 사진 찍는 스튜디오에 선배와 같이 가서 영도 도왔다.

'음식디미방'이라는 팀과 함께 기획회의를 했고 거기서 요리 레시피를 쓰고 그분들이 저자로 나와있다.

사실 우리 부서, 나와 내 사수가 진짜 많은 부분을 기여해서 한 줄이라도 내 이름이 나오길 바랐지만 그건 내 바람ㅋ


이 책은 사실 두부요리 보급을 위해 야심 차게 부서장님의 아이디어로 만들었다. 문제는 천 원, 이천 원 두부 때문에 만 원짜리 책을 주기는 어려웠다는 것.

결국 책은 책으로 끝났지만 억에 남는 경험이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나 보다.

지금은 두부를 참 좋아하는데 그땐 일이니까 시식을 하는 거라는 의무감뿐라 맛있는지를 몰랐다.

지금 하는 여러 뻘짓도 언젠가는 좋은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


오늘도 여러 뻘짓을 하고 있는 나는 두부 된장찌개를 먹으며 추억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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