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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Nov 09. 2023

그녀, 가출하다.

11살은 독립하기 좋은 나이

(이 글은 올해 9월에 썼던 건데 이제야 발행합니다)


족과 휴가를 다녀왔다.

부모님과 시간을 맞춰서 가다 보니 너무 멀지 않은 곳에서 가볍게 2박 3일 일정을 소화하고 오기로 해서 서울에서 두 시간 거리의 숙소를 잡았다.

숙소는 다 좋았으나 중앙방식이라서 온도조절을 할 수 없으슬으슬하더니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감기...

부랴부랴 휴가를 마치고 아이들을 모두 끌고 금요일에 병원에 다녀왔는데 초기라 심하진 않다고 하시고 약을 잘 챙겨 먹으란다. 그런데 문제는 나.

아이들 챙기고 이런저런 일까지 챙기다 보니 내 감기를 잡지 못해 머리는 지끈 거리고 몸은 아픈...


하지만 엄마라는 이름으로 챙길게 더 많다. 여행 후에  여자들은 정리가 더 많은 건 안 비밀

그렇게 주말이 오고  점심을 먹고 나니 너무 졸려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필 신랑은 친구와 약속이 있어 나가고 나는 아이들을 봐야 하는데 쏟아지는 잠을 주체 못 하고 잠이 든 것이다! (5년째 새벽기상을 하고 있지만 낮잠은 안 자는데 그날은 정말 피곤했나 보다.)

잠결에 문소리가 들려서 놀라서 일어났는데 아이들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도 나는 다시 잠을 청했다. 졸음을 당할 수가 없을 만큼 아팠기 때문에 문소리나 아이가 나갔다는 게 현실이 아니라 꿈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한두 시간 뒤 다시 눈을 뜨고 집을 둘러보니 아까 그 일이  꿈이 아니고 현실이었다. 진짜 아이들 두 명이 다 없네?

아이들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다행히 이제 4학년이라 핸드폰이 있는 큰 아이에게 전화를 해보니 외할머니 집에 다녀온다고 버스를 탔다고! 그 길은 나랑 버스로는  한번 같이 가본 적이 있는데 버스 번호를 외워서 동생을 데리고 나간 것이다.

교통카드는 써본 적이 있긴 하지만, 언제 커서 동생과도 같이 버스를  타고 가는 날이 오다니..


잠시 뒤 친정 엄마에게 전화가 와서 아이들이 친정집에 왔으니 나보고 데리러 오라는 전화가 왔다.  다행히 아이들의 일탈은 쉽게 마무리돼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이날 이후 큰 아이가 부쩍 자신감이 생겨서 자꾸 외친다.

"내가 말이야 가출을 했는데 말이지.. 동생이랑 버스를 타고~ "

뭔가 혼자만의 영웅담이 생긴듯하다. 그래그래.. 너 참 잘했다.




안내:  요리고자 탈출기 시리즈를 연재 브런치북으로 만들게 돼서 부득이 이전글을 삭제했답니다. 더 재미있게 다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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