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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Oct 26. 2020

내가 한 일이 추노?

말없이 안녕!

내 첫 아르바이트는 대학교 때 '학생 과외 아르바이트'였다.

 직장을 나와  다시 른 과 공부를 하다 보니 과외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기 힘들었고, 방중에 다른  아르바이트를 아보게 되었다.



어느 여름 방학, 아동복 가게를 운영하는 사촌 오빠 가게에 판매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예상 근무 기간은 일주일.

그런데 첫날부터 나는 엄마들의 다양한 물음 대답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아가씨 한 치수 큰 건 어느 정도까지 내려와?"

" 이거  얘한테 잘 어울릴까?"

" 이거 고무줄 바지로 된 것 있어요?"


대답도 잘 못했고, 그 옷을 입어도  예쁘지 않은 아이에게 '잘 어울린다'는 거짓말도 못했다.

결국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매장에 서있다가 영부영 그날 하루가 갔다.


너무 힘들었던 하루를 마치고, 집에 쉬는데, 사촌오빠에게 전화가 왔.

"내일부터 나오지 라."

 대신 통보해주는데,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다음 해 방학 때 리서치 회사 조사원 아르바이트했다. 내가 회사에 다닐 때 갑의 입장으로 리포트를 받던 곳이라 친숙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콜센터 아르바이트는 전혀 딴 세계였다.

칸막이가  여러 개 있는 방으로 가더니 전화를 걸라고 . 전화 거는 게 두려워서 두 군데만 걸고 바로 끊었는데 화면에 이런 게 떴다.

"52번 계속 전화하세요."

순간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

여태 살면서 처음으로, 화장실에 간다고 일어나 그 길로 집으로 도망쳤다.


 

은어처럼, 직장이든 아르바이트 힘들어 도망치는 것을 장혁이 나온  드라마에 빗대 '추노 한다'라고 한단다.  돌아보니 20대의 나도 이런 추노질을 할 뻔도 하고, 실제 하기도 했었다.


이전 직장에,  그날  하근무 후 나타나지 않는 계약직 직원들이 있었다. 심한 경우 당일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러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경우까지. 

른 이들이 그들을 비난할 때도 나는 예전의 내가 떠올라 입을 다물고 있었다.


추노 대신 그냥 '도저히 나랑 안 맞아서  못하겠습니다. ' 이 한마디면 되는 거였는데, 그때는 마음이 약해서 말보다는  도이 훨씬 편했다.


지금 그 어딘가에서  '추'를 고민하는 당신.

 실제  해보기분이 좀 더럽다. 거기다 나 스스로를 '못난 인간'으로 정하게 된다. 못한다, 나간다고  말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을 것이면 그냥 얘기하고 나와라.  게 나 스스로에게 당당하다.


업 후  다닌 회사에서  2주 만에  또 나올 일이 있었다. 추노 하지 않고 당당히 말했다.

"저 도저히 못 다니겠는데요."

"아이씨~~ ooo "

욕은 먹었지만 마음이  편했다.

 

 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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