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혼의 추억이 가득한 군자동을 사랑한다.
둘 다 늦게까지 공부를 한 탓에 모아둔 돈이 없어 1억짜리 전셋집에서 신혼을 시작했다. 밤에 불을 켜면 엄청 큰 바퀴벌레와 눈이 마주치기도 했고, 아주 작은 2인용 식탁이 겨우 들어가는 부엌에는 문 하나짜리 냉장고만 겨우 들어갔다.
아침에 8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나는 퇴근도 빠른 편이라 일을 마치고 오면 6시.
신랑이 퇴근해 집에 오기까지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의 여유가 있었다.
매일 엄마한테서 얻어온 똑같은 밑반찬만 주고 그마저도 귀찮으면 외식을 유도하던 나도 정신을 차리기로 했다.
집밥의 여왕까지는 아니더라도 집밥으로 칭찬이 듣고 싶어진 것이다. 그 당시의 나는 에너지 만렙 신혼 1년 차!!
건강도 생각하고 영양적으로도 완벽한 요리를 찾던 내가 발견한 것은 바로 '두부스테이크'
두부를 스테이크처럼 구워 소스만 얹으면 된다니 이런 간단한 요리가 어디 있나 싶었다.
거기다가 난 전직 바른 먹거리로 유명한 풀○○의 연두부 순두부 담당 마케터가 아니었던가! 하하하!!!
두부라면 내가 좀 알지. 꽤 자신만만했다.
두부의 물기를 빼고 굽는 것부터 하는구나~
키친타월로 누르라고?
근데 어라~~ 물기가 안 빠진다.
대충 쓱 닦고 이 정도면 되겠다 싶어 프라이팬에 올리는 순간!!!
타닥타닥 자꾸 기름이 튄다. 으악~~
거기다가 두부의 모양이 이상하다?!!!
두부와의 한판 전쟁을 치르고, 구웠다기보다는 두부의 형체만 가까스로 살리는 데까지 완성.
이제 남은 건 소스!!
요리책이랑 인터넷 검색으로 발견한 소스 재료를 섞었다!
아.. 그런데 이상하다.. 왜 맛이 이렇지. 아무리 찍어 먹어도 그냥 간장맛만 나는데..
두부와의 씨름, 소스와의 전쟁 후 만들어진 두부 스테이크는 맛보다는 정성으로 먹어야 하는 요리였다.
그날 퇴근 후 들어온 신랑은 정성과 의리로 먹어줘서 두부 스테이크를 잘 먹어주었다.
고맙다 신랑!!!
허겁지겁 식사 후, 주방에 남겨진 것은 타버린 프라이팬, 소스 만든다고 여기저기 꺼낸 양념과 그릇들. 어질러진 주방 집기들.
만든 시간보다 두 배쯤 설거지를 하며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린다.
"두부는 아무나 하나~ 두부는 아무나 하나~"
덧:
태진아 가수의 2000년 히트곡인 <사랑은 아무나 하나>의 두부 버전.
회사 다닐 때 사랑을 두부로 바꿔서 회식 후 노래방만 가면 부르던 우리 부서 최애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