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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Dec 09. 2020

잘못을 대하는 자세

그냥 미안하다 한마디면 되는데.

8일은 아빠의 대장 내시경 검사날.

대장 내시경 검사는 며칠 전부터 음식을 조절하고 전날 장속 내용물을 비우는 약을 먹는다.

예전에는 가루약을 물에 타서 전날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물을 먹었다. 나도 해봤는데 물 먹는 고통은 정 

그리고  뒤이어  화장실 변기에서 쫙쫙~~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ㅋ)

요즘은 먹기 편하게 개량 신약인 알약이 나서 물 먹는 고통이 덜해졌다. 

 (갑자기 약설명은 왜 하냐!  직업병은 넣어둬!:)

아빠는 8일 검사를 위해 음식을 조절하고 전날 저 알약을 먹고 속에 모든 것들을 비워냈다. 오전 검사가 아니라서 두 시까지 굶어서 팔십이 다된 노인이 기운도 없었다.

그런데...

병원 입구에서 오늘 예약이 아니라고 출입 제지를 당하셨단다.(현재 우리 병원은 코로나로 인해 철저히 예약 환자만 출입이 가능하다.) 

병원 예약 날짜 우리도 처음 듣는 17일!

단 한 번도 17일에 한다는 소식을 못 들었는데 전산에는 그 날짜예약이기 때문에 아빠가 잘못 온 거란다. 심지어 아빠는 예약 날짜가 적힌 병원 예약 종이도 안 가져오셨으니 이를 어찌 증명한단 말인가.


분명 예약을 잡고 날짜를 안내해 준 진료과와 실제 검사를 하는 내시경실 사이에 문제인 듯했다.

그래도 내시경 검사를 하는 곳에서  이미 약까지 먹고 왔으니 검사는 해주겠고 많이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고 병원에  들어오셨다.

 거기까지 듣고 나는 다시 내 일을 하고 있다가 이제쯤  끝났나 싶어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아직 검사가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다시 진료과에 가서 그때 8일에 오후 2시로 잡아준 날짜가 왜 17일로 바뀌었고 날짜대로 왔는데도 하염없이 기다리게 하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거기자기들끼리 통화 내용을 보니,  내시경실 간호사가 무슨 이유인지  자기 마음대로 날짜를 바꿔는 환자 본인인 아빠한테는 통보조차 안 했다!

그분은 자꾸 17일을 들먹이며 아빠가 잘못 알고 왔다는 바로 그 사람이었다!


내가 마인드 파워를 배웠다한들, 연로한 아버지가 두 시간 가까이 대기실에 있었던 것. 거기다 자기들 전산 실수를 나이 있는 아빠의 건망증 정도로 치부해  쉽게 여긴 것에 분노의 마음이 일었다.

아무리 내가 일하는 병원이라도 이건 아니지 않나.


잘못은 누구나 수 있다.  하지만  잘못을 대하는 태도가  그 사람의 인성을 결정한다.  나는 그냥 전산 실수가 있었고, 미안하다는 말이면 가만히 있으려 했다. 하지만   왜 늙으면 다 건망증이 있다고 생각하 아빠의 실수라며 계속 기다리게 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병원 고객센터에 건의 사항을 접수했다. 전산 오류라면 시스템을 고치고 다시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만일  어르신 두 분왔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하염없이 기다렸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메였다.

그리고 고객 센터에 접수하고 얼마 후, 내시경실 그분에게 전화가 왔다.


"죄송해요. 전산 실수가 있었나 봐요."


그 말, 아까쯤 해주면 좋았을걸.  잘못이 있었다면 그냥 인정하면 된다. 상대방도 그냥  '미안하다'는 한마디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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