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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Dec 17. 2020

영혼까진 안 담아도 이 순간에 충실하자.

실습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금 직장에  한 무리의 학생들이 '실습생'이라는 신분으로 로 들어왔다.


바뀐 약대  과정에 의하면 <병원 실습>은 꼭 들어야 하는 의무 실습 중 하나다. 병원, 약국, 제약회사, 공장 등 다양한 분야로 가서 실습을 한단다. 졸업 전에 간접적으로라도 경험을 해보다니!  세월 좋아졌구먼(꼰대 마인드^^)


라테는 말이야~ㅋ 원 실습은 병원으로 꼭 가고 싶어 하는 친구들 줄을 서서 선착순으로 가는 곳이었다. 다들 한 군데 실습만 가능하기에 원하는 곳이 있는 친구들은 줄을 서는 수고로움을 극복하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나는 줄을 서지 않고 여러 실습처 중 남은 한 군데였던 모 약국으로 실습을 갔었다.  새벽부터 줄을 서서,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그녀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원하는 것은 물론  목표도 없었기에,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이래도 흥~저래도 흥이었다.

어차피 내가 원한다 한들 다 이루어지지도  않을 것이라며, 신포도 우화에 나오는 여우처럼 행동했다.


"저 포도는 너무 시어서 못 먹어. 굳이 줄을 서면서까지 왜 힘들게 거길  가는 거야?"


실무 실습은 내가 원했던 것도 아니고 의무적으로 해서 그랬는지 피곤하고 재미없고 지루한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주어진 일에는 최선을 다했다. 실습 기간 동안 피곤해도 그 상황에 열심히 적응하고 배웠다. 약국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배우며 나름 학교 대표로 왔다는 자세로 임했다.


매해 실습을 오는 학생들을 보다 보면 그때의 나처럼 그냥 주어진 일이니까 한다는 표정들이 역력하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병원에 관심을 갖고 오는 학생들은  확실히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하는 게 보인다.

아마 자기들은 그런 게 안 보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한해에만 20명씩 오는 학생들을 매해 보니 딱 봐도 척 알 수 있다.


지금 이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의무적으로 주어진 10주를 채우는 일은 꽤나 지겨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아니라고 하는 일이 내 일이 될 수도 있고, (나를 봐라. 줄 서서 왜 가냐던 병원에서 십 년 넘게  일하고 있다.ㅋ)  이곳에서의 인연이  다른 곳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내가 갔던 회사에서  대학원 때  밉상 선배를 만났던 에피소드가 기억나지 않는가!)


그러니 실습생들아 현재에  좀 충실하자.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유일한 실체다.  

실습뿐 아니라 어딜 가든 그 위치에서 충실하자.

영혼을 담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그냥 이 순간 충실할 .

그것이  지금을 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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