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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Jun 02. 2021

너의 소중한 이불

엄마도 사실~

아침부터 우리 집은 울음바다다.


문제의 시작은 간단했다. 큰 아이의 이불을 세탁기에 돌려 버렸다.

이 이불은 큰  아이가 잘 때도 안고 자고, 밥을 먹을 때도 함께하는 애착 이불이다.

며칠 전 지저분한 바닥에 떨어졌던 게 떠올라 얼결에 세탁기로 휙 던지고는 왠지 아차 싶었다.

나는 아이의 동의 없이 그것을 빨아버린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이불이 없다는 것을 알자, 집이 떠나가게 울음이 시작되었다.

"  내 포돌이~~ 흑흑흑"

이름 :포돌이

정체: 짝퉁  버버리 무늬 무릎담요.


이 무릎담요는 신랑이 결혼 전 가지고 있던 것이다. 그러니 10년은 더 되었을 터.  이제 낡고 후줄근해서 빨아도 빨아도 깨끗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이가 이 이불을 너무 좋아하니 혹시 새 거라도 사줄까 싶어 진짜 버버리 매장에 가봤는데 무릎담요는 안 나온다고 ㅋ

그래 너란 녀석 진정한 짝퉁이구나!


신기하게도 6살 둘째는 애착 인형이나 이불이 없는데 큰 아이만 있다.

거기다 우리 집에 최근 또 한 녀석이 생겼다. 그것도 무려 앞뒤가 다르기까지! 양면성을  지닌 너!

이름:  말랑이

정체: 쿠션


달 전 아이가 사달라던 쿠션을 사준 친정엄마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모르셨겠지.

이젠 어디든 두 개를 들고 다니니 내가 조금 더 신경 쓸게 많아졌다.

신랑은 이해를 못하겠다며. 도대체 저런 이불이나 인형을 왜  좋아하냐고 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나도 사실~

친정에 애착 인형을 보관 중이기 때문이다.


 중1이 되던 해 크리스마스에 아빠가  산타 인척 사주신  인형은 겉보기에는 참 못생긴 강아지 인형이었다.


 납작하고 누런 데다가 눈은 황색이어서 언니는 맨날 황달 걸린 강아지라고 놀렸다.  그런데 딱 하나 좋은 점이 있었다.

바로 부드러운 털. 거기다 손이 뭉툭하고 귀여웠는데 오른쪽 옆구리에 끼고 을 잡으면 딱 안정이 되면서 마음이 너무 편해졌다.

왠지 따뜻한 햇살 속에 있는 느낌이랄까.

나의 10대 20대, 30대 초반까지도(!) 함께 했던 소중한 친구.

지금은 비록 털도 뭉툭해지고 예전보다 더 낡아 보이지만, 힘들 때 같이 울고 손잡아 준 소중한 내 보물이다.


그래서 나는 내 딸을 이해한다.

애착 이불이나 인형이 주는 그 포근함과 안정감을 알기 때문이다.


다만,  가끔  그 애착 물건  때문에 나에게 짜증은 내지 말아 주길. 엄마 은근  마음 약한 여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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