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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에너지드링크
May 28. 2021
직장인에게 회식이란
너를 보여줘
지금은 코로나 덕분에 많이 사라진 직장 회식.
회사 생활= 회식이라고 할 만큼 회식을 많이 하던 시절이 있었다.
첫 직장에서 했던 첫 회식은 신입 직원 환영회.
말은 신입 직원 환영회지만 주인공이라 할 나는 구석에 찌그러져 있었다.
자기들끼리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한 마디씩 나에게 회사 생활이 어쩌고 저쩌고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은 하나도 안 난다.
(그만큼 쓸데없는 이야기가 많았던 듯.)
나를 축하해 주려고 모인 게 아니라 그들은 그냥 술을 마실 핑계가 필요했던 것 같다.
체질상 술을 잘 마시지도 못하는데 끊임없이 따라주는 술 때문에 힘들었
다.
그리고 결국 속이 안 좋아
내 안의 것을 확인하고
다음날 출근하면서 다시
그
녀석을 확인할 때면 전날의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떠올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은근히 회식을 즐기고 있었다.
내가 술
을 못 마시는 것 하나 빼고는 아저씨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게 꽤 재미있었다.
A 대리님은 평소에 말이 별로 없는데 술만 들어가면 말을 많이 했다. 은근히 재미있는 스타일인데 그분의 말발은 술이 들어가야 드러나곤 했다. 물론 다음날은 여지없이 조용 모드.
B 과장님은 술을 먹으면 귀여워지는 분이었다. 아니
그렇게 귀여우신 분이 회사일 할 때는 점잖은 척하시다니. 술을 통해 본성을 찾아가는 게 신기했다.
C 부서장님은 술자리에서 보이는 모습과 일상이 거의 똑같았다. 그렇게 몸속에 알코올을 퍼붓는데도 다음날 생생해 보였다. 그분을 통해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승진을 거듭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회식을 하면 안 먹어 보던 신기한 음식들을 먹어 볼 수 있었다. 한우도 마음껏 먹고, 이름도 처음 들어본 것도 먹어봤고
회사 돈으로 먹는 밥들이 다 맛있었다. (물론 술은 빼고)
한편으로는
나이 든 어른들은 참 놀거리가 없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들 판만 깔아주면 잘 놀 수 있는데 판이 없어서 회식에서나마 자신의 본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D 대리님은 회식에서 노래방만 가면 가수 뺨치게 노래를 잘 불렀다. 아마 회식이 아니라면 그분이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지 몰랐을 터였다.
2년을 다녔던 회사는 신기하게 어떤 일을 했는지 보다 회식만 기억난다.
그렇게 다녔던 회사를 나와 다시 약대에 가고
병원에 들어가
회식
을 하러 가니 이렇게 회식이 재미없을 줄이야
!
!!
약대에도 잘 놀던 사람들도 많았을 텐데 딱 밥 먹고
끝
!!!
그나마 필 받으면 맥주 한잔씩 정도?
거기다 병원에서 일하는 약사가 대부분 여자들이니 회식도 중식 코스나 스파게티를 주로 먹는 것이다. 회식 아니라도 여자들끼리 그런 곳은 많이 갈 수 있
는
데~~
회식을 통해 동료의 다른 모습을 보는 건 이제 옛날 말이다.
직장을 다니면서는 친목도모 혹은 의기투합이었던 회식
은
이제 그냥 같이 밥 먹는 시간
이
되었다.
물론 이것도 이제는 지나간 이야기.
코로나 5인 이상 집합 금지 이후로
더더욱 이런 일도 없다.
그냥 회식이 아니어도 같이 모여 밥도 먹고 서로를 마주 보았던 시간이 그립다.
코로나
로
별것 아니었던 것들이 별것이 되었다. 언젠가
'
그때는 그랬지
'
라며 코로나를 안주삼아 마구 씹어주리라~~^^
사진:글 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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