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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인생 칼럼) 新階級社會

10살짜리가 들고 있는 거울의 무게는?

 

나에게는 10살짜리 딸아이가 있다. 늦은 나이에 얻은 하나 뿐인 혈육이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을 뼛속 깊이 느낄 수 있는 아이다. 이런 예쁜 아이에게 가끔 화를 내는 일이 있다. 하나는 아빠 엄마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건성으로 들을 때, 다음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버릇이 없거나 예의없는 행동을 할 때다. 이런 기초적인 교육들이 선행돼야 사회가 평등하고 자유롭게 유지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나에게 얼마 전 충격적인 뉴스 하나가 전해졌다. 10살짜리 꼬마아이가 운전기사에게 막말을 쏟아낸 것이 공개된 것이다. 사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느라 한참이나 애를 먹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10살짜리의 철없는 행동을 언론에서 떠벌이는 것이 잘못됐다거나, 일부의 일탈을 일반화시키는 것이 과도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일부는 동의할 수 있다. 10살짜리 아이에게 사회적 규범이나 책임, 양심을 들먹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기제가 숨어 있다. 어린 아이들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보통 몇 가지 거울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험치가 미진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그 거울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가진 거울 중 하나는 또래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성이 형성되는 자신의 거울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와 형제 등 가족들이 들고 있는 거울이다. 보통의 아이들은 이런 거울 속에 비춰진 자신을 모습을 보며 살게 된다. 그런데 문제의 이 아이는 아마도 이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비슷한 또래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아니 사람들이 왜 자신이나 가족들을 비난하는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사실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일어난다. 우리가 깨닫지 못할 뿐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오너의 가족들에게도 충성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새카맣게 어린 사장의 아들인 어떤 이사님에게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무와 관련된 일이라면 경력이나 경험, 능력치 등을 고루 반영해 일을 맡겨야 하는데 우리는 부모의 능력이 자식의 능력이 되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니 부모의 부와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는 오너의 2세, 3세가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 사회에서는 이런 것을 오너 갑질, 혹은 오너 리스크로 칭한다. 오너 리스크로 미스터피자는 결국 상장 폐지까지 당했다. 또 어느 대기업 회장님은 맷값을 주고 사람을 집단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매스컴에 비춰진 오너들은 사회에 너무도 당당했다. 운이 없어서 이렇게 됐다는 것으로 이해됐다. 언론이나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지 않은 다른 많은 오너 일가들이라고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여전히 많은 돈많은 경영자들은 문제가 생기면 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이게 가능한 나라였고 피해자도 이를 숨겼다.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공범자가 돼 버린 것이다. 

그래서 각종 대나무숲이 생겨났고, “나만 아니면 돼”라며 인간승리를 경험하곤 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SNS가 발달하며 자신들의 부적절한 일들이 재수 없이? 공개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그래서인지 오너 일가가 경영에서 물러나는 사례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자신의 회사에서 갑자기 오너가 사라졌다면 이런 일들이 있었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도 있으니 주변 사람들에게 확인하기 바란다. 

어쨌든 이런 오너 리스크를 누군가는 계급질이라고 칭했다. 21세기판 계급사회가 만들어졌고 최상위층을 지배하는 돈 많은 사람들에게 줄을 설 수밖에 없는 사회. 부모가 만들어준 거울만을 보며 자란 사람들이 대를 이어 사회를 지배하는, 계급이 대물림되는 사회. 일부는 이것을 자유민주주의라고 칭하는 것 같다. 자유와 민주는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닌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진은 딸아이가 아빠가 술먹는 모습을 보고 그린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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