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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육부장 Dec 05. 2023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잘 모르는게 많았다.

스포츠에이전트와 선수

2022년 7월 16일에 썼습니다. 


소속 선수 중 더 특별하게 바라보고 응원하는 선수가 한 명이 있다. 최근 2년간 어려움이 있었던 선수였는데 작년에 극적으로 1부 투어 시드를 따 냈다. 시즌이 개막한 지 4개월째이고 벌써 15번째 대회가 진행되고 있던 터라 그 선수의 마음이 어떤지 내심 궁금했다.


아쉽게도 이번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에서는 컷 오프 되었고 인사를 한 뒤 조금 여유로울 때 전화 통화를 하자고 하며 헤어졌다. 점심을 먹으러 잠깐 대회장 밖으로 나왔는데 그 선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연습을 하러 다시 레이크우드로 왔다는 것. 점심을 다 먹은 뒤 만나기로 했다.

갤러리플라자에 들려 그 선수가 먹을 음료수를 사서 연습 그린으로 향했다. 한창 경기가 진행 중이라 연습 그린에는 그 선수와 오전조로 경기를 마친 일부 선수가 퍼팅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때가 2시 정도였으니 한창 더울 때였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묻고 싶은 내용은 깊고 무거운 것이라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맘속으로는 고민이 됐다. 무엇보다 지금이 적절한 시점과 장소인가 싶기도 했다. 그렇게 음료수를 건네주며 가벼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너의 마음은 어때?"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최근에 읽었던 스포츠 멘탈 코칭 바이블의 내용을 떠올리려 했는데 막상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그동안 내가 하던 대로 질문을 하고 경험과 생각들은 건네줬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선수에 대한 내 생각과 많이 달랐기 때문에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당황했다. 작년부터 고쳐지지 않은 불안한 상태의 기술들을 가지고 매 대회를 해오던 터라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다만 선수가 외부에 취하는 행동이나 모습에서 괜찮아 보였던 것이다.


밖으로는 밝게 웃고 있지만 안으로는 깊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과거에는 성과가 좋지 않으면 그것에 분노하고 더 노력했는데 요즘에는 안 되는 것에 대해 슬픔의 감정이 먼저 들고 체념하게 된다고 했다. 이야기 중에 참았던 눈물도 쏟아 냈다.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보자, 그리고 받아들이자.  

    원래 계획대로 안 되는 것이 인생, 내 맘대로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의 시작.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절대 하지 말자.   

    더 길게 보자, 10년의 선수 생활이라 가정하면 최근의 4개월은 아주 짧고 일부인 시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갖고 있는 것, 그리고 둘러싼 상황에서 감사해 할 부분은 감사한 마음을 갖자.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만든 몇 가지 결론이다. 굳이 내가 그 상황을 떠오려 여기 적어본 것은 나 스스로 선수에게 올바른 이야기를 한 건지 문득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멘탈 코치도 아닌 내가 좀 더 어른이라서 더 많은 선수들을 봤다는 이유로 조언을 해주고 메시지를 준다는 자체가 TOO MUCH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렇게 털어놓고 나니깐 속이 편하네요."


이야기가 마무리될 즈음, 선수가 말했다. 나도 그렇다고 했다. 여느 때와 다르게 오늘 굳이 통화를 하자고 했던 노력이 그래도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선수에게도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런 과정이 있고 나서 드라마틱 하게 바로 우승을 한다든지 하는 결과가 나오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

우승이라는 결과가 모든 선수들의 노력에 있어 유일한 보상은 아닐것이다. 특히 우승은 단 하나의 깨달음과 노력으로 된다기보다는 이전부터 쌓아온 선수 개인과 주위 사람들의 노력들이 하나하나 누적되어 이루어진 결과인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운도 포함이다.   


어쨌든 길고 긴 항해가 될 그 선수의 골프가 꼭 목적지까지 잘 도착하기를 희망한다.


https://brunch.co.kr/@sportsbooj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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