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빠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달리기 이야기

6번째 편지, 생각이 내가 된다!

by sposumer

사랑하는 원이야, 작년 8월에 아빠가 쓴 다섯 번째 편지가 2018년 마지막 편지가 되었구나.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꾸준히 열심히 쓰겠다고 다짐했던 아빠가 부끄러워진다. 물론 너에게 새로운 편지를 쓰지 못한 변명은 하루종일도 할 수 있단다. 작년 9월에 아빠는 또 이직을 했고,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새로운 회사에 금방 적응하기가 쉽지가 않더라. 엄마도 마찬가지지만 너를 돌보면서 혼자 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인 것도 이유가 되겠다. 엄마랑 아빠의 자유 시간은 니가 잠을 잘 때만 가능해졌어. 그러니까 혼자 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엄마나 아빠나 잠을 덜 자는 것 밖에는 없다. 이렇게 쓰고 보니까 별로 변명이 되지 않는구나. 잠을 조금 덜자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추운 겨울 이불 속에서 "5분만 더"를 외치다보니 2019년이 되었네.


달리기를 하지 않게 된 것은 또 다른 핑계가 있다. 첫 번째는 미세먼지지. 미세먼지는 몸에 좋은 물질이 아니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야외에서 달리기가 아니라 다른 운동을 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을 하지. 하지만 아빠가 출퇴근을 할 때 이용하는 지하철에도 많은 먼지가 있고 실내로 도망다닌다고 해서 미세먼지를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요즘 추세라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야외 달리기를 연습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두 번째는 아빠가 이직한 회사가 자전거 회사란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다보니 자전거 타는 것이 재미있어서 달리기를 멀리하게 되었다. 물론 자전거를 타면서도 가끔씩 생각에 잠기기는 하지만 아빠는 주로 출퇴근을 할 때 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달리기를 할 때 처럼, 여유있게 생각을 할 수는 없더구나. 그리고 자전거는 달리기 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자전거를 탈 때 한 눈을 팔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


2019년이 되고 어제 문득 생각해보니, 내일이 1월의 마지막 날이더구나.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1월에도 한 번도 달리지 않으면 2월에도 달리기 힘들 것 같았어. 그리고 2월 2일(토)에는 기부를 위해서 7km를 달리는 행사에도 나갈 계획이라서 연습도 필요했어.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꼭 달릴 수 밖에 없는 방법으로 달리기로 했다. 집에서 회사까지 14km 정도인데 달려서 출근을 하는 거지. 달려서 한강공원과 양재천으로 들어오게 되면 힘들어도 회사까지 달려갈 수 밖에 없으니까... 오랫 만에 달리는 것이라서 옷을 주섬주섬 입는데 30분쯤 걸리고 500ml 물병을 손에 들까 말까 걱정을 하다가, 물병없이 달리기를 시작했다. 역시나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서 10km를 달리고 나니까 둔근, 무릎은 물론이고 온 몸이 욱신거리기 시작했어. 고통스러운 아픔은 아니지만 사용하지 않던 근육들이 비명을 지르는데,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어서 10km 지점부터는 걷기와 달리기를 반복해서 회사에 왔다.


오늘 달리면서 생각이 났던 것은 최근 읽었던 축구선수 이영표 씨의 책 제목인 '생각이 내가 된다'였어. 책의 내용은 정말 제목이 잘 함축을 하고 있어. 결국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생각이고, 무엇이든 조금이라도 매일 남보다 열심히 했을 때 이런 노력들이 예상치 못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책의 주요 내용이야. 아빠도 오늘 다시 '너에게 편지를 쓰는 아빠'가 되기도 다짐해본다.


이제 꼭 달리기만을 소재로 편지를 쓰지는 않으려고 해. 달리기를 하지 않아서 글을 쓰지 못한다는 핑계가 생길 수 있으니까. 우리 원이, 오늘도 좋은 생각만 하고 즐거운 하루보내~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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