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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부터 시작하는 달리기

격변의 시대, 살고 싶다면 달려라! - 목차와 프롤로그

by sposumer


목차


프롤로그


1장 습관이 먼저다

1) 일단 밖으로 나가라!

2) 현재 내 수준은? - 6분 걷기와 12분 달리기

3) 나를 위한 필수투자 - 내게 맞는 러닝화

4) 조깅도 걷기부터 시작

5) 도전! C25K - 천천히라도 끝까지!


2장 체력이 마음을 챙긴다

1) 달리는 재미, 처음에는 없다

2) 일상에서 훈련하기

3) 서두르면 다친다

4) 기록하며 달려라


3장 조금 즐거워진 달리기

1) 데이터 분석, 나에게도 필요하다 - 스마트폰 활용하기

2) 낯선 달리기가 재미있다 - 다양하게 달리기

3) 달리기를 잘하려면 달리기만? - 크로스 트레이닝

4) 동기부여는 계속되어야 한다 - 돈을 써서라도 달려라


4장 달리기에 대하여 궁금한 두세가지 것들

1) 많이 달리면 무릎 나간다는데…

2) 미드풋 착지가 좋다는데…

3) 나도 카본 러닝화 신으면 케냐 선수처럼 될까?

4) 스마트하게 달리고 싶어요!


맺음말


프롤로그


나는 1979년생이다. 서른과 비교해서 마흔이라는 나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달리기 잡지인 <러너스월드, Runner’s World> 한국판을 발행하는 회사에서 1년간 사업부장으로 일을 하면서, 업무의 일부로 전보다 많이 달리게 되었다. 러닝화 리뷰 때문에 달리기를 하면 오롯이 신고 있는 러닝화에만 신경을 써야할텐데 그게 쉽지가 않았다. 달릴 때마다 생각이 많아지고 '내가 왜 달리고 있는지' 자주 나 자신에게 묻게 되었다. 나에게 달리기가 업무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100% 신뢰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은 도저히 달리기를 하기 싫어도, 러닝화 리뷰 원고 제출일이 내일까지라면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40년 살다보니 수학 공식에 따른 정답을 제외하면, 모든 대답의 신뢰도는 그때 그때 다르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쉰살이 된다면 또 다른 대답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2020년 마흔 두 살에 정리해본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나는 달리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진다고 생각한다.

둘째, 나는 내 가족을 위해서 달리고 있다.

셋째, 나는 달리기가 비교적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고 생각한다.

넷째, 나는 가끔 재미로 달리기도 한다.


첫째와 둘째 대답은 조금 중복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다면 두 번째 대답은 나올 수가 없다. 달리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진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정신 건강을 핑계로 혼자 술도 자주 마신다. 다만 술을 마시는 빈도는 미혼일 때와 비교하면 많이 줄어든 편이다. 미혼일 때는 금요일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토요일 오전 내내 잠을 자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금요일에 술을 마셨더라도 토요일 아침에 동네 한 바퀴라도 달리거나 선선한 저녁에 달리기 유모차에 세 살 아들을 태우고 가볍게라도 달린다.

요즘 나는 남들에게 내가 경험한 것도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잠깐 주춤하고 있지만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내가 경험해본 세상은 밤하늘의 별처럼 정말 너무 작은 부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들의 공통 분모와 같은 군 생활 이야기만 하더라도 각자 배치받아 근무했던 부대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나는 IMF 금융위기 때문에 ROTC가 뭔지 전혀 모르고 대학교 등록금을 벌기 위해 학군단을 지원하고 합격했다. 학군단 훈련 성적도 안좋았는데, 운이 좋게도 원하는 병과로 임관해서 인천에 있는 육군 연대 본부에서 2년간 군복무를 했다. 개인적으로 군 생활이 체질에 잘 맞아서 전역 전에는 계속 군 생활을 할지도 고민했다. 만약 지금 당장 같은 부대에 가서 똑같은 정훈장교 보직으로 군생활을 다시 하라고 해도 할 수 있다. 물론 군 생활 내내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나는 전반적으로 군 생활이 즐거웠다. 이 부분에서 바로 '군 생활이 즐거웠다니...'라고 하는 남자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특정한 경험에 대한 개인의 생각은 모두 다른 것이 맞다. 그래서 나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40대 기혼 남성들에게만 달리기를 권하고 싶다.

‘마흔에 시작하는 달리기'라는 어려운 권유를 40대 기혼 남성들에게 할 수 있게 된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 덕분이다. 이제 건강하지 않으면 직장 생활도 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버렸다. 예전처럼 회사에서 '아프면 병가를 내고 쉬다가 오세요' 라고 해줄 곳은 많지 않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병가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인 몇 달이 끝나고, 건강하지 않은 40대 남자의 보직을 보존해줄 회사가 얼마나 될까? 그렇지만 달리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달리기는 만병통치약'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이 달리기의 재미를 느끼기까지는 분명히 시간이 걸린다. 달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달리기가 어느 정도 될 때에 가능한 일이다. 달리기를 하면 체중감량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식단 조절을 같이 해야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달리기가 운동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시간과 장소 제약없이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유산소 운동인 것은 맞다. 또, 건강한 몸으로 일상 생활을 하기를 원한다면 최소한의 유산소와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는 상식을 근거로 한다면 재미가 없어도 할만한 운동이다. 나는 주변에서 업무의 일환으로 VIP나 거래처 임원들과 골프를 쳐야만 하는 분들도 많이 보았다. 100돌이를 넘어서, 상대에 따라서 적당히 져주기도 이기기도 또 비기기도 하는 골프 실력을 갖기 위해서, 시간을 쪼개서 골프 연습장에서 땀을 흘리는 이런 분들에게는 당연히 골프가 달리기보다는 밥벌이와 연결된 현실적인 스포츠이다.

그래도 나는 40대 기혼 남성들에게 돈을 벌기 위한 직장 생활의 연장인 골프보다, 건강한 몸을 위한 생존법으로 달리기를 시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앞서 언급한 업무용 골프와 마찬가지로 재미로 하라는 것이 아니다.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달리기 외에 사이클링, 등산, 수영, 조기 축구, 사회인 야구, 배드민턴, 테니스, 스포츠클라이밍 등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주기적으로 즐기는 운동이 있는가? 어떤 종목이라도 상관없다.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는 유산소 운동 혹은 팀 스포츠가 있다면, 달리기를 꼭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평소에 당신이하는 운동은 장소 이동을 위한 걷기와 숨쉬기 뿐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지만, 계속 돈을 벌어서 자녀가 학업을 마칠 때까지 건강한 몸으로 뒷바라지를 해야만 하는 40대 아버지인가? 그렇다면 달리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나는 2004년에 처음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달렸다고 가정하면 16년 정도 달렸다. 나보다 오래 달린 분들이 많다는 것도 잘 안다. 다만 이 글을 쓰면서 40대인 내가 달리기로부터 얻었던 것들을 정리해보고, 이것이 나와 비슷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분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 이 어려운 권유를 나 자신을 위한 동기부여로 삼아서 멈추지 않고 달려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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