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동네 오뎅바를 추억하며…
나는 오뎅집을 참 좋아한다. 그 이유를 굳이 찾아야 한다면 수증기 때문에 뿌옇게 된 창문이라고나 할까? 가을 이후 저녁에 좀 쌀쌀하다고 느껴지면 이 뿌옇게된 창문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출입문을 여는 순간 별 생각이 없던 소주가 마시고 싶어진다. 대체적으로 시작은 가볍게 하자면 자신을 토닥이며 맥주로 시작을 한다. 하지만 넙적한 스푼으로 뜨끈한 오뎅 국물을 마시다보면 맥주는 한 병만 마시고 소주가 마시고 싶어진다. 오뎅집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정확히 이야기하면 오뎅집이라고 하기보다는 ‘바(bar)’가 있는 오뎅바를 좋아한다. 오뎅바를 보면 목욕탕이 생각난다. 목욕탕은 열탕이라고 해도 온천처럼 연기가 솟아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뎅바는 뭔가 살아있는 연기 혹은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아무리 힘든 일을 당해서 오뎅바에 앉아서 소주 한 병을 까더라도 조금은 기분이 좋아진다. 전혀 근거는 없지만 바닥을 친 내 상태에서도 저 오뎅바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기 때문이다.
나쁜 습관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늘 동네에서 혼자 술을 마실 곳을 찾는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가장 먼저 찾은 아지트가 바로 집근처 오뎅바였다. 우선 이름이 ‘부산오뎅’이라서 처음 발견하고 빨려들어갔다. 회사를 다닐 때 부산으로 출장을 가면 거의 KTX를 탔다. 부산역에 내려서 화장실을 들렸다가 부산역 광장으로 나가기 전에 꼭 오뎅을 한 꼬치 먹었다. 늘 사람이 많았지만, 부산까지 왔으니 내 돈으로 내 맘대로 오뎅 한 꼬치는 괜찮치 않나 하는 마음이었다. 회사를 다니지 않으니 이제 지금 부산으로 출장을 갈 일이 없다보니 이 오뎅 한 꼬치가 더 그립다. 솔직히 동네의 ‘부산오뎅’은 부산역에서 먹었던 오뎅보다는 맛이 없었다. 하지만, 그게 어디인가? 동네의 부산오뎅은 나의 혼술 단골집이었다. 혼술을 하다가 만만한 후배에게 전화를 하기도 했기 때문에 술자리가 거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코로나19’ 이전의 추억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오뎅바 형태로 되어있는 부산오뎅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힘들었다. 목욕탕으로 치면 온탕으로 볼 수 있는 중앙의 오뎅을 데우는 공간을 활용할 수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코로나는 호흡기로 전파가 된다는데 옹기종기 모여앉은 오뎅바로 사람들이 올리가 없다. 그래도 나는 오뎅집을 갔는데, 사장님께서 당혹스러워 하셨다. 혼자 온 사람이 4인용 테이블에 앉아서 뭔가 먹든 마셔야 했으니까… 혼자서 오뎅탕을 먹을 수는 없어서 생선구이를 시켜서 소주와 먹었다.
참… 뭔가 오뎅집에 느낌이 아니었다. 이건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일을 한다는 핑계로 오후 5시에 문을 여는 부산오뎅에 갔다. 워낙 손님이 없어서 내 노트북으로 이메일을 보내고 나면 저녁에 공중파 TV로 나오는 프로야구 중계를 나와 오뎅집 사장님이 같이 보기도 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저녁 시간에는 서빙을 돕는 알바생이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알바생이 필요가 없었다. 그만큼 서빙을 할 일이 없었으니까…
2021년 10월에 권고사직을 선택하고 마지막으로 부산오뎅을 간 것이 2021년 10월이었다. 뭔가 먹고 살겠다고 바쁜 시간을 보냈다. 2021년 12월 중순쯤 자전거 배달을 마치고 부산오뎅 앞을 지나가다가 부산오뎅이 컴컴한 것을 보았다. 배달을 마친 상태라서 문 앞으로 가서 붙어있는 쪽지를 보니, ‘몸이 좋지 않아서 쉽니다’라고 적혀있었다. 흠… 나보다 나이가 많아보이던 말총머리 사장님의 안부가 갑자기 궁금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없었다. 2022년 새해가 되었고, 근처를 지나다가 보니 부산오뎅은 ‘임대문의’라는 쪽지가 붙어있었다.
내가 혼자서 먹고 마셔봐야 얼마나 되었을까? 부산오뎅 운영에는 별 도움이 안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가면서 보이던 수증기가 뽀얀 문이 많이 그립다. 이제 그 문을 열고 들어갈 수가 없다. 그 문은 꾹 닫혀있고, 보글보글 끓고 있고 오뎅도 없고, 오뎅바에서 양 어깨를 꼭 붙이고 있는 연인도 없고, 4인용 테이블에서 야구를 보면서 훈수를 두는 어른신도 없다. 부산오뎅이 문을 닫았다는 느낌보다는 그 자리에 생기가 없는 느낌이든다.
부산오뎅 사장님, 그냥 웬지 같이 Queen의 Who wants to live forever?를 한 번 듣고 싶네요. 같이 듣지 못해 아쉽네요. 같이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저는 하이랜드에 사는 사람은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