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시대에 결정권을 유지하기

생명의 본질은 변화에 있지요. 그리고 변화의 본질은 학습이구요.

영화 ‘히든 피겨스’는 미국과 소련이 치열한 우주전쟁을 벌이던 1960년대에 미항공우주국 NASA에 근무하며 미국 최초의 우주인을 만드는 데 기여한 3명의 수학천재 흑인 여성에 관한 실화를 다룬다. 식당, 화장실, 극장, 버스 등 각종 시설마다 백인 전용과 유색인 전용으로 나눠 흑인을 대놓고 멸시했던 이 시절, 백인 남성 엘리트 그룹으로 생각됐던 NASA에서 오직 능력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혁혁한 공을 세우는 수학 천재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는 지적이며, 유쾌하고 감동이 있다.


비행 궤도나 착륙지점 등을 계산해 줄 수 있는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었기에 수학에 뛰어난 흑인 여성들이 손수 그 작업들을 해낸다. 그런데 이들을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가 나타났다. 바로 IBM메인프레임이 NASA에 도입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 중의 한명인 도로시는 컴퓨터 언어 포트란을 독학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정작 큰 공간만 차지하면서 무용지물 상태로 있던 컴퓨터를 작동시켜서 숫자가 나오게 만든다. 그리고는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던 여성들을 이끌고 전산실을 당당히 점령한다.


요즘 사회 전반에 4차 산업혁명이 우리의 삶과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염려가 있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모든 조직과 사람들은 변화를 겪을 것이다.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리고 물론 새로운 기회들이 생겨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주된 동력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압축할 수 있다. 값이 싸면서도 뛰어난 센서의 발달로 우리는 거의 모든 곳에 센서를 적용할 수 있고 예전에는 수집할 수 없었던 엄청난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었다. 그리고 SNS 역시 가망 고객의 특성에 대한 엄청난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통로가 되었다. 우리는 이것을 빅데이터라고 부른다. 빅데이터는 마치 원유와 같아서 그것을 가공하지 않으면 별다른 소용이 없다. 이것을 해결해낸 것이 인공지능의 출현이다. 컴퓨팅 능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 인공지능은 인간이 분석할 수 없는 영역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기계화와 정보화는 단순 노동력을 대체한데 반하여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높은 수준의 지식 노동력까지 대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의 거대한 변화 앞에서 우리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그럴 때일수록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현명한 방법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학습 전략은 크게 두 가지 방향성을 가진다.


하나는 학습을 매우 짧은 호흡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산업교육의 전문 용어를 빌리자면 ‘Micro Learning’ 이라고 한다. 올해 5월 애틀란타에서 열린 전세계 최대 산업교육 컨퍼런스 및 박람회인 atd2017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 주제 역시 Micro Learning이었다. 일종의 문제해결을 위한 원포인트 레슨 정도의 짧은 학습이라고 볼 수 있다. 업무 현장을 떠나서 1년에서 2년 정도를 투자하여 MBA 혹은 다른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의 교육과는 매우 다른 접근이다.


학습은 현장에서 가장 잘 이루어진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 지식 그리고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순간에 즉시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얼마전 전세계를 강타한 랜섬웨어 공격이 있었을 때, 한 여성이 대처법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올렸는데 그것에 크게 도움이 되어서 회자된 적이 있었다. 저를 따라 해보세요 정도로 쉽게 대처법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공유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얻었다. 이와 같이 특정 문제해결에 필요한 지식과 스킬을 짧게 만들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공유하는 것도 좋은 예이다.


지식이 진부화되는 속도가 마치 더운 여름에 맛있게 만든 음식이 금방 상해서 먹을 수 없게 변해버리는 것처럼 빠른 세상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속도 역시 문제해결에 필요한 핵심 노하우를 즉시 학습하는 마이크로 러닝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그리고 업무 현장의 고수들이 암묵지로 가지고 있는 지식을 형식지로 전환하여 공유하는 것이 이제는 매우 쉬워진 연결의 시대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위의 트랜드와는 반대되는 방향의 접근 전략이다. ‘Mature Learning’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경험하는 변화가 워낙 빠르고 모호하고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의 내공이 더욱 깊어져야 한다는 각성으로 이해될 수 있다.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바람의 힘을 이용하여 달리는 요트를 보면 넘어지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이다. 그 비밀은 용추에 있다. 용추는 요트의 무게 90%에 해당하여 강력한 무게중심을 구성하고 있어서 강한 바람을 안고 요트가 달릴 수 있게 한다.


우리 시대의 변화를 일컬어 VUCA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우리 시대의 변화가 변덕스럽고(Volatile), 불확실하며(Uncertain), 복잡(Complex)할 뿐만 아니라, 거기에다 모호하기(Ambiguous)까지 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VUCA의 시대를 항해하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강력한 용추가 필요하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데니얼 골먼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 ‘무엇이 리더를 만드는가’에서 감성지능의 중요성을 말한다. 그는 감성지능을 자기인식, 자기규제, 자기 동기부여, 공감능력, 사교능력으로 세분화하여 이야기한다. 이러한 능력은 고속으로 급격한 회전을 해야 하는 코너링을 돌고 있는 스포츠카의 접지력과 같은 역할을 한다.


감성지능으로 표현되는 역량들은 우리의 인격적 성숙과 전략적 통찰력 등에 해당한다. 결코 하루 아침에 단련될 수 있는 역량들이 아니다. 긴 호흡을 가지고 매일 매일 수련하며 성숙을 향해 나아가는 구도자와 같은 노력을 요구한다.


넬슨 만델라는 교육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당신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자원은 바로 우리의 잠재력이다. 통제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을 때에도 마지막까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을 훈련하는 것이다. 삶의 현장에서 매 순간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실제적인 지식을 배우자. 그리고 긴 호흡을 가지고 우리의 내공을 단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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