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딸이 카톡을 보냈다. 아빠. 어버이날 선물로 뷔페 식사대접을 하려는데 어떠세요? 그냥 돈으로 달라고 하셔도 되구요.^^ 그리고 이것은 엄마 아빠가 주신 용돈으로 쓰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알바해서 번 돈으로 사는 것이라고 하였다. 경성 도너츠에서 아르바이트 한지가 벌써 두어 달 되었다. 그래 기특하다. 다 컸구나!
훈훈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뷔페는 다 좋은데 과식을 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몇 번을 오고 가면 조금씩 골고루 맛을 보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엄청난 일이 있었다면서 디올이 이화여대에서 패션쇼를 했다는 뉴스를 상당히 신난 목소리로 알려주었다.
아빠: 응 그래? 근데?
딸: 아빠 디올 몰라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
아빠: 알지. 근데 왜 대단한 일이야?
딸: 아니 엄청나죠! 이화여대 대단하지 않아요!
아빠: 이화여대가 무엇을 했는데? 그 행사를 기획했어? 아니면 학생들이 작품을 발표했나?
딸: 디올이 이화여대를 선택한거죠. 와~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몰라요?
아빠: 장소 빌려준 게 머 대수라고.
딸: 아빠. 진짜 또 한번 실망이예요. 어디가서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에이 멀 그런 걸 가지고 실망해. 알았어. 이화여대 입장에서는 꽤나 홍보가 되었겠네. 그리고 집에 오는 동안 상당 시간 침묵이 흘렀다.
사실 좀더 심한 이야기를 했다. 과학기술로 유명한 학교였다면 그런 행사에 장소를 빌려주지 않았을 거라는 둥, 이화여대하고는 이미지가 어울린다는 둥 하는 그런 말도 하면서 딸 아이가 아빠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최근에 본인이 무척 대단하게 읽은 뉴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그냥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고야 말았다.
나는 왜 이럴까? 다른 사람이 무엇을 신나게 이야기하고 설명을 하면, 왜 나는 다른 면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펭귄이 돌아다니게 만드는 걸까?
그저 맞장구를 치면서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어야 할 때와, 열띤 토론을 하면서 대안을 만들고 검증하고 다듬어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할까? 그런 때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바보는 아니지만 그저 잠시라도 주의하지 않으면 어김없이 NT의 좋은 말로 하면 비판적 통찰이, 다른 사람 말로 하면 재수없는 잘난 척이 튀어 나온다.
반성한다. 그러지 말자. 나도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