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람과 해 비유의 불편함

비유는 어렵고 추상적이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나 무엇을 청중에게 익숙한 다른 무엇과 비교하여 설명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프레젠테이션이나 스피치에서도 오프닝에서 주의가 산만한 청중의 관심을 사로잡고, 클로징에서 엉덩이가 들썩이는 청중에게 잔잔한 여운을 주기 위해서,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기술이나 개념의 의미와 그것들이 주는 이익을 임팩트 있게 전달하기 위해 자주 활용된다.


자기가 더 힘이 세다고 서로 자랑을 하던 해와 바람이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마침 지나가던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시합을 하였다는 이야기는 과연 사람을 움직이는 영향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설명하고 강조할 때 자주 사용된다.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으리라.


그런데 나는 해의 작전이 과연 올바른지 의문이 든다. 물론 해는 나그네가 외투를 벗도록 만들었고 그래서 시합에서 이겼다. 하지만 해는 나그네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동기부여 이론에서는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할 수밖에 없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을 조작(manipulation)이라고 부르고 매우 조심해야 할 행동으로 여긴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나는 애초에 누군가의 외투를 벗기려는 시도를 하는 것에 질문을 던지고 싶다. 그것이 꼭 필요한가? 왜 우리는 혹은 당신은 누군가의 외투를 벗기려 하는가? 다시 말해 다른 이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가? 원하는 결과와 시도의 배경에는 진실로 누구의 이익이 자리 잡고 있는가?


아니 그러면 사람이나 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누군가의 선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이지, 상대방의 이익 만을 위해서 그리하지는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인정한다. 다만 나는 서로 의도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그런 방식이 좋다. 내가 모르는 나의 이익을 위해서 나의 행동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려고 온갖 지혜로운 전략을 구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어리석기는 하지만 차라리 바람이 마음에 든다. 부디 동기부여 혹은 리더십 혹은 마케팅 전략 등에서 부디 바람과 해 비유를 사용하지 말기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러닝메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