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불안한 당신에게

서둘지 않는 것이 좋겠어.

불안에 쫓겨서 이것 저것 급하게 하다 보면

쓸 수 있는 카드도 많지 않은데 그나마 그냥 버리게 되는 거야.

때로는 시간을 무료하게 보낼 줄 알아야해.


이런 저런 소리로 스스로에게 주의를 주어도 분주한 마음이 가라앉지를 않습니다.


그래 좀 걷자. 이럴 때는 산책이 최고야.


하고는 밖으로 나와 느릿하게 걸었습니다.


빌딩 그늘을 지나면서 스치는 바람이 쌀쌀합니다. 올해는 여름이 길게 심술을 부려서 덥고 습한데 그래도 결국은 가을이네 하는데 얼굴에 부딪히는 햇살이 따갑게 덥습니다. 오후 2시경 도심의 공원은 한가롭고 하늘은 멀리서 푸른 것이 쓸쓸하여 문득 낯선 도시의 여행자가 된 듯한 착각을 줍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지? 진짜로 진지하게 질문을 해보는데 답을 쉬이 알 수가 없습니다. 답이 있기는 있겠으나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해. 인생은 기계가 아니니까. 어 고장이 났네! 어디보자 하며 뜯어보고 잘못된 것을 찾아서 고치면 되는 기계가 아니지 하며 애써 달래봅니다.


그러다가 문득 알게 됩니다. 생각은 꼭 무엇을 분석하고 결정하기 위해서 머리가 바쁘게 컴퓨터처럼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생각은 에너지 같은 것이어서 마치 바닥을 들어낸 댐에 천천히 조금씩 흘러 들어와서는 어느새 둑을 채우는 물하고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니 준비되기 위하여 오래 걸으며 생각에 잠기는 기간이 당신에게는 필요하다는 것을요.


물이 차오르면 당신은 또 예전처럼 힘차게 내달릴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을 하려는 충동을 참고 그저 불안을 지켜보는 것! 어쩌면 그것이 당신에게 필요한 배움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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