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당연해서 어쩌구니 없을 수준의 이야기인데 수박 겉핥기라는 비유는 도대체 누가 왜 만들었으며, 사람들은 종종 그 비유를 사용할까? 아니 그리고 실제 수박의 겉을 핥아보고 수박을 맛보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있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데 도무지 재미가 없는데, 안 하면 안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지 못해서 하느라고 고역이라면, 바로 그 상태가 수박 겉핥기를 하고 있는 상황일 수 있다. 수박을 쪼개는 것이 싫어서 혹은 쪼갤 수가 없어서 겉만 핥고 있다고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수박을 쪼개어 그 달고 시원한 수박을 맛보아야 한다.
비슷한 다른 비유를 들어보자면 태권도에서 격파 시범을 보일 때에 송판이든 벽돌이든 그것이 부서져야 손이 아프지 않고 다치질 않는다. 주저 주저 하면서 대강 내리쳤다가는 손을 다치기 일수다. 강한 기합을 내지르고 혼신을 힘을 다할 때 격파의 짜릿한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오늘 종일 논문을 찾아서 읽었는데, 도무지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대충 뭐 인용할 만한 쓸만한 문장이나 찾으려고 이리 저리 뒤져보니 어찌 재미가 있을까! 수박 겉핥기만 실컷 하고 있었던 거다. 자세를 바꾸고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려도 좋은 논문 하나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준으로 제대로 읽어보자. 연구자가 무슨 궁금증을 가지고 어떻게 논리를 펼쳐갔는지 이해해보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느긋하게 읽기 시작하니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결국은 쓸만한 문장을 더 많이 찾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무슨 일이든 할 때는 대강 하지 말고, 그 맛을 제대로 맛보자. 길게 보면 그것이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