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만으로, 충만해진 남자
“예뻐서요.”
결혼을 준비하면서 종종, 꽤 자주 했던 말이다.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 특별히 지금의 아내와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중요한 점은 질문을 받자마자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륜스님보다도 더 빠른 즉문즉답에 청첩창 모임 분위기가 풀어진다. 예비신부인 여자친구와 눈을 마주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한편으로 나 자신에게 진심으로 물어보았다. 그런데, 너 정말 왜 이 사람이랑 결혼하려는 거야?
“신부가 마음이 예쁘네요.”
결혼 앨범 촬영 전 미팅, 아내는 스튜디오 대표에게 예비 신랑의 프로필사진을 찍어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주인공은 신부라고 말하는 한국 사회의 결혼에서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대표는 아낌없는 칭찬으로 화답했다. 덕분에, 아나운서가 되기 전과 후에도 변변한 프로필사진이 없었던 나는 포트폴리오가 생겼다. 각종 행사의 진행과 교육으로 요청하는 사진에 웨딩 촬영의 순간을 보내드린다. 그리고, 한 번 더 자신에게 묻는다. 정말, 왜 이 사람이야?
“그렇게 힘들면, 헤어지자.”
만남을 시작하면서부터 마무리를 선언할 때까지, 아내는 나를 받아 주었다. 생각이 나서 하는 즉흥적인 나의 전화를 기쁘게 받았고, 사귀어보자는 말에도 웃음으로 수용했다. 취향에 맞지 않는 옷차림을 지적하면 받아들였고, 욱해서 관계를 그만두자는 말도 눈물로 담았다. 헤어짐의 순간이 오고서야 알았다. 이 마음을 평생 다시는 못 만난다는 것을. 아내와의 결혼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 주는 그녀의 마음을 닮게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이었다.
如之母狀. 엄마의 모습을 닮자. 아이가 자란 후에 숙제로 써야 할 수 있는 가훈을 이렇게 정하자고 말했다. 결혼과 육아를 경험함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순발력 있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챙기는 대신, 옳지 않은 행동을 하면 욱하는 큰 소리가 나왔다. 풍선이 터지듯 감정이 폭발한 후에 남은 것은 죄책감이었다. 나를 받아주듯, 아기의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아내이자 엄마의 모습을 닮지 못하는 걸까. 반복되는 실수와 반성의 쳇바퀴 속에 빠져있는 것이 있었다.
“힘들었지. 고생 많았어.”
고된 학업과 직장생활 끝에 집에 들어와 어머니를 만났을 때. 배가 고파 한껏 날카로워진 나를 격려하며 안아주는 마음. 부족한 나조차 안아주는 마음에서 다시 시작한다. 결혼식에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나를 그렇게 사랑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더 나아져야겠다는 다짐만 했지, 부족한 모습도 아끼겠다는 마음을 가진 적이 없다. 아내를 닮아야겠다는 노력 전에, 욱해서 큰 소리를 내는 나를 받아들이는 작업이 부재했다. 부족한 나조차 안아주는 진정한 어머니의 마음부터 닮는다. 나를 받아 주고, 나를 위해 기도하고, 내가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당신의 마음. 그 마음으로 나를 만난다. 어머니처럼 살아가는 마음이 넘쳐서 아내와 아이를 안겠다고 약속한다. 이제는 아득해진 질문이지만,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새롭게 대답한다.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해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