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듣기 싫은 말을 참지 못하는가

가족을 새로이 만났다

by 봄아범


아내를 닮고 싶었다. 두 번의 이직으로 커리어를 성장시킨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상대방에게는 너그럽고, 자신에게는 엄격한 모습의 뿌리가 궁금했다. 2020년 12월. 결혼식이 끝나고 닷새가 지난 연말. 처가에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새로운 가족은 그들만의 연말 문화를 갖고 있었다. 케이크를 앞에 두고 각자 한마디를 하는 밤. 서로에게 고마웠던 일. 서운했던 일을 주고받았다. 감사를 담고, 부족함은 개선하겠다는 다짐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얼마나 건강한가! 나도 동참하고 싶었다. 아내가 나에게 하는 말을 귀에 담았다. 다정함과 유쾌함. 섬세함을 칭찬받았다. 연말이 더욱 훈훈해졌다.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닌 걸 알고 있었다. 설마 나한테 서운한 게 있을 리가 없었다. 아내의 말이 이어졌다.


“당신은 싫은 티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날 때가 있어. 나도 그래. 숨기라는 건 아니지만, 성장을 위해서는 참으면 좋을 거야. 그리고, 가끔 어른들에게 예의가 없을 때가 있어. 사회생활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 있ㄷ…….”

알았어! 고칠게!


쓰디쓴 맛이 나지만, 약이 되는 말에 가시 돋친 반응을 보였다. 말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당신은 참 잘났다는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누가 들어도 고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식사 자리를 박차고 침대에 모로 누웠다. 결혼 전에도 같은 패턴이었다. 누구든 처음에는 다정하게 대했다. 적당하게 따뜻한 온도의 물 한 잔을 건넸다. 나도 그렇게 당신을 생각한다고 여기는 것처럼. 다만, 가까워지면 불편한 티를 숨기질 못했다. 돌변하는 나의 모습에 대부분 도망갔다. 도망도 못 가는 가족은 괴로워했다. 남는 건 어머니의 오장육부를 뒤집어놓고 방에 혼자 누워있는 나뿐이었다. 평생 함께하겠다고 약속한 사람에게까지 화를 내고 자문했다. 도대체 왜 듣기 싫은 말을 못 참는 거야.




마이크 앞에 서는 건 평가를 받는 일이었다. 단순히 외모나 목소리로만 피드백이 끝나지 않았다. 슬퍼 보이는 뉴스 리딩이 부고 소식과 어울린다. 청취자와 시청자가 제일 높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높임법을 틀렸다. 문장의 끝인 어미가 떨어지지 않는다. 언제까지 물결치는 어투로 진행을 할 것인가. 가끔은 또렷하게 잘 들린다. 다만, 우리 회사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다. 지원해 줘서 고맙다. 그뿐이다. 미안하다.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스터디원들에게. 아나운서로 일하며 선배와 동료들에게. 다시 지원자로 살며 가고 싶은 회사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었다. 지적과 거절의 융단폭격을 맞고 들어 온 홈 스위트 홈. 삼국지에서 동탁에게, 여포에게, 조조에게 연이어 패배하며 도망치는 촉나라 유비의 마음이 이랬을까. 잘하고 있다. 당신이 최고다. 그 자체로 좋다! 무조건적인 응원이 필요했다. 결혼 전에는 어머니에게, 혼인 후에는 아내에게 그 역할을 바랐다. 때문에, 그녀들의 쓴소리를 견딜 수가 없었다. 기대와 다른 직언에 원망과 비난의 역공을 펼쳤다. 왜 잔소리냐. 내가 알아서 잘한다. 칭찬만은 해 줄 수 없는 것이냐. 이게 가족이냐. 밖에서 하루 종일 시달리고 온 것은 모르냐. 이래서 내가 말을 안 하는 거다. 난 집을 나가겠다! 피와 땀이 범벅이 되어 허공에 칼을 내지르는 장수처럼 여기저기 분노를 휘둘렀다. 책사는 절대 칭찬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철저하게 외면한 채.




나는 당신의 충신이 되고 싶어.


화를 낸 다음 날. 점심 식사 중 아내의 말에 젓가락질을 멈췄다. 듣기 좋은 말만 해서 사람을 무너지게 하는 간신이 아니라, 쓴소리라도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주고 싶은 그녀의 진심이 전해졌다. 덕분에, 기분 나빴던 감정에서 한 걸음 떨어질 수 있었다. 그동안의 지적이 조언으로 새롭게 들렸다. 슬퍼 보인다는 피드백은 억지로라도 나의 입꼬리를 올렸다. 어투와 어미의 지적은 안정적인 뉴스 전달을 할 수 있게 도왔다. 채용이 열린 회사의 거절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자극이 되었다. 그제야, 아내에게 고마워졌다. 어머니에게 미안해졌다. 그밖에 모든 부정적인 말들에 귀를 여는 노력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듣기 싫은 말을 들으면 얼굴이 굳는다. 다만, 호흡을 고를 수 있는 미약한 힘이 생겼다. 유비의 꿈인 삼국통일을 이룬 제갈량의 말처럼, 가족의 조언이 주는 힘을 믿으며 아내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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