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만으로 충만해지다
새로 발급받은 여권을 한참 바라보았다. 이 전자칩이 내장된 종이로 또 어떤 나라를 다녀오게 될까. 눈썹과 귀가 드러난 채 환하게 웃는 사진과 다르게 입꼬리가 무거워졌다. 나는 집이 좋았다. 해외여행은 주말에 TV에서 나오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 시청으로 충분했다. 코로나19 속의 결혼이었기에, 신혼여행지도 제주도였다. 아내는 직장 특성상 해외 출장이 잦았다. 때문에, 여행의 시작인 비행기 표 예매부터 숙소 예약까지. 여행지의 방문할 곳과 식당까지 모두 아내의 몫이었다. 현지인이 다니는 맛집과 카페가 가득 채워진 그녀의 구글 맵과 다르게 내 지도 애플리케이션은 깨끗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공항의 문이 열린 그해 봄. 가족과의 여행에 내 역할은 적었다. 든든한 여행 플래너이자 가이드인 그녀와 함께라면 여권만으로 충분했다. 다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몸만 함께 하고 있다는 부채감이 더해졌다. 한 주 치 아이의 짐을 모두 싸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미안한 마음이 2박 3일 종주를 준비하는 등산 가방만큼 쌓인 2026년 봄. 두 번째 호주 여행을 한 주 앞둔 밤에 아내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했다. 돌아오는 그녀의 제안은 그동안의 빚을 갚을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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