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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May 18. 2023

쉬이 나오지 않는 말 : 저 그만두겠습니다

두 달간 일하던 카페를 그만두게 되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근무 시간을 늘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더 많이 일해야 충분히 쓸 수 있다.)


사실 이렇게 빨리 그만둘 생각은 아니었다. 일을 하면서 슬슬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중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친구의 소개로 다른 카페에서 트라이얼을 진행했고, 거기서 합격 연락을 받은 것이다.


합격 연락을 받고부터 사장님께 그만두겠다는 말을 어떻게 전해야 될지 고민이 많았다. 말하고 나서 어떤 반응이 올지도 두려웠고, 말하고 나서 같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데 어색하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 늘 오래 일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장님이어서 더욱 그랬던 거 같다.


이틀간 고민하다 지난 월요일 '오늘은 꼭 말씀드려야지!' 굳게 마음먹고 출근을 했다. 근데 웬걸. 사고로 당장 내일부터 일을 못하게 된 직원이 생긴 것이다. 난처한 표정으로 나에게 와 이번주 6일을 근무해 줘야겠다고 말하는 사장님에게 도저히 그만두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찝찝한 마음으로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 한참을 또 고민했다. '더 늦게 말하면 안 될 거 같은데, 지금이라도 전화를 드려야 하나.' 그러다 결국 문자를 택했다. 나도 문자로 통보하는 것이 얼마나 찌질한지 안다. 그럼에도 찌질할 수밖에 없었다.


문자를 보내고 나서 어떤 대답이 올지 몰라 한 4시간을 휴대폰을 못 봤다. 답장을 기다리며 초조해 있었으나 다음날까지 답장은 오지 않았다. 대신 출근 후 사장님과 면담을 했다. 사장님께서는 그동안 불만이 있었느냐고 물어보셨다. 몇 가지 불만이 떠올랐으나, 대답할 타이밍은 아닌 거 같아 꾹 참았다. 그 이후로도 몇 가지 질문이 있었다. 어느 카페에서 일할 계획인지, 왜 문자로 이야기했는지. 등등.


말하고 나니 후련했다. 그리고 내가 걱정했던 일들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사장님께서는 이번주에 있는 직원 회식에 괜히 빠지지 말라고 한 번 더 전화를 주셨다.

'한국식 바비큐를 할 거야. 와서 삼겹살이랑 김치, 밥, 소주나 실컷 먹고 가. 괜히 눈치 보지 말고.'


나는 언제나 그랬다.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것이 참 어려웠고, 내가 타인에게 피해를 줄까 나서서 걱정했다. 그동안 4번의 퇴사를 겪으면서도 그만두겠다 말하는 일은 쉬이 쉬워지지가 않는다. 그래도 좋은 어른을 만난 덕분에 다음번에는 조금 더 담담하고, 솔직하게 내 의견을 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저 그만두겠습니다. ~~~ 이러한 이유로 새로운 직장이 필요해졌고, 그것이 가능한 곳을 찾았어요. 하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일하겠습니다.'


나의 첫 호주 직장. 나는 참 여기서 많은 것을 배웠고, 참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힘들었던 시간들도 있었으나, 그만큼 성장했던 시간들이었다.


브리즈번 최고의 바리스타라며 휘파람을 불어주던 한 할아버지, 매일 아침마다 같은 커피를 시키고 4개 하트를 그려달라던 손님, 일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내 이름을 물어보더니 그 이후부터 내 친구가 되어준 단골 아주머니, 매일 시키는 메뉴를 기억해 주면 아이처럼 좋아하던 귀여운 아저씨 손님. 이 카페에서의 시간들은 오래 간직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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