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오래 만나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별이란 한 사람과의 관계가 종료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이별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익숙하던 인연을 흘려보내니 내 삶에는 커다란 공백이 생겼다. 그 사람과 보내던 시간이 텅 비워진 것이다. 매일 하던 연락의 부재, 주말 스케줄의 상실. 결국 나는 같이 보냈던 시간만큼의 공백을 감당해야 했다.
평일에는 어차피 온갖 일들로 바쁘기 때문에 그 공백을 잘 몰랐다. 하지만 주말이 되면 그 공백이 참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미뤄뒀던 친구들을 잔뜩 만나기도 했고, 오래간만에 가족들을 만나러 본가로 내려가기도 했다. 그마저도 없을 때는 집에 누워 유튜브를 보거나 밀린 집안일을 잔뜩 했다.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다. 그렇다고 아무 남자나 사랑할 수도 없고, 다시 그 사람과 만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려고 노력했다.
혼자 서점도 가고, 운동도 시작하고, 카페에 가서 브이로그도 찍었다. 혼자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운전 연수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진짜 혼자 여행을 종종 떠났다.
처음에는 그 시간이 참 어색했다. 혼자 카페에 가서 책을 읽다가 지루함에 못 이겨 약속을 잡기도 하고, 혼자 브런치를 먹다 주변이 의식되어 후다닥 먹고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평생을 나로 살았는데도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참 많았다.
그렇게 고군분투하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쉬는 날마다 하는 루틴이 생겼다. 쉬는 날이면 일찍 일어나 샤워를 하고, 브런치를 먹으러 간다.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메뉴들이지만 기꺼이 사치를 부린다. 혼자만의 브런치 한 시간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만드는지 아니까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
그러고 나서는 카페에 가서 책을 읽거나 빵을 사서 피크닉을 간다. 햇빛을 잔뜩 맞으면서 낮잠도 자고, 멍도 때린다. 그렇게 오후가 되면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집으로 간다. 저녁을 만들어 먹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너무 빠르게 끝난다.
어색하던 휴일의 시간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잔뜩 채워졌다. 이제는 주말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몸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비가 온 자리에 무지개가 생기듯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면 늘 선물 같은 깨달음들이 남는다. 이별을 통해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다. 내 삶에서 기꺼이 지키고 싶은 것들이 뭔지 알게 됐고, 반대로 어떻게 하면 잃을 수 있는지도 배웠다.
역시나 의미 없는 경험은 없고, 지금 나는 새롭게 변한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