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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Aug 22. 2023

삶은 언제나 제 멋대로 변하지

(그렇다면 기꺼이 나도 동참!)

워홀을 시작한 지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빠르다면 빠르고 느리다면 느린 선물 같은 시간들이었다.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고 싶은 일에 몰두했던 시간도 있었고, 적응하기 위해 애썼던 시간들도 있었다. 유랑자처럼 여행하던 시간도 있었고, 약간의 향수병과 무기력으로 고생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수많은 선물 같은 순간들도 있었으나 너무 힘든 순간들도 많았다. 해외에서 산다는 건 안정감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걸 나는 여기 와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둘러싼 환경이 마음대로 변하는 걸 지켜보면서 무기력함을 느꼈다.


‘아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구나.’


결국 나는 다시 엉망진창이 된 내 삶을 정돈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다. 집을 다시 구하고, 일자리를 다시 찾고, 친구들을 자주 만나고, 혼자 일기도 많이 써 내려갔다.


그렇게 수많은 시간이 흘러 요즘 나는 다시 안정감을 느끼는 중이다. 이제야 나는 여기가 정말 내가 사는 동네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하게 시간이 흐른 결과로 이곳의 생활이 익숙해졌기 때문은 아니다. 마음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겼고, 여기서 내가 겪는 수많은 일들을 터 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 머무는 시간 동안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직장과 집도 생겼고, 경제적으로도 크게 부족한 점이 없다. 그래서 요즘 참 행복하다.


하지만 나는 이 안정감이 또 사라지리라는 것을 안다. 그것이 삶의 속성이기 때문에 분명 그럴 것이다. 삶은 늘 예측할 수 없고, 행복의 클라이맥스에서 늘 새로운 걱정거리를 가지고 온다. 그러니 당연히 새로운 문제들이 삶에 나타날 것이고, 그럼 결국 나는 새로운 방법들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이제는 무기력하지 않을 것 같다.


호주에 도착하고 처음 삶의 속성을 목격했을 때에는 세상을 원망했었다. 편하게 살게 내버려 두지 왜 내 삶에 고난을 주는 거냐고 보이지도 않는 신을 탓하곤 했다. ​


앞으로는 웃음이 날 것 같다. 그래 또 변화할 시기가 왔구나 하면서 그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할 것 같다. 그리고 그 변화된 모습을 기대할 것 같다.


언제나 삶은 미완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아름답고, 열정적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하루하루를 잘 살아나가는 것. 그리고 기꺼이 삶의 변화에 동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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