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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Aug 05. 2023

호주 울룰루 여행 : 내가 전혀 몰랐던 세상

호주에는 울룰루라는 곳이 있다.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퍼스처럼 훨씬 더 유명한 곳들이 많지만 내가 가장 감동 받은 곳은 울룰루였다.


사실 나는 울룰루를 가기 전까지 망설였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돈이었다. 울룰루에는 거대한 바위 딱 하나만 있는데, 그 바위 하나를 보기 위해서 150만원정도를 쓰는게 맞나 하는 생각 때문에 그랬다. 그러다 울룰루가 사막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또 먼저 가자고 얘기를 꺼내준 친구가 있어서 그래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울룰루로 향했다.


그리고 울룰루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그 곳에 매료되었다. 지금도 울룰루가 좋은 이유를 100개도 더 나열할 수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울룰루는 내가 생전 처음 알게 된 세상이라는 것이다.


울룰루에는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것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 가득했다. 사막, 쏟아지는 별, 온갖 색깔이 가득한 하늘, 은하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방법, 자연과 문명을 동시에 지키는 법, 완전한 친절, 시간이 흐르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 무언가를 유심히 지켜보는 시간, 아무 말을 하지 않을 때 온전히 전해지는 감동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행복까지.


자연들만큼 놀라웠던 것은 정말 그곳에 머무는 모든 사람들이 친절했다는 것이다. 영혼들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이름이 붙어서 친절하고 여유로운 사람들만 모인 것일까, 아니면 정말 이 곳의 에너지가 우리를 정화시키고 있는 것일까. 나는 여기서 단 한번도 화를 내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고, 단 한번도 불친절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정말 유일무이한 경험이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 다양한 감정들이 피어났다. 감격스럽기도 했고, 후련하기도 했고, 감격스럽기도했다. 그러다 이 순간을 그리워 할 미래의 내가 그려져 웃기기도 했다. 그만큼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곳에 있는 동안은 휴대폰을 꺼내들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 휴대폰 속 메모장을 꺼낼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붙잡고 싶은 조각들이 매 순간 생겨났다.


울룰루에서 지낸 시간은 역설적이게도 빠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느리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주말은 빠르게 지나가고 평일은 너무 느리게 흘러.’ 재밌고 즐거울 때는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말인데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그 말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울룰루에서는 너무나 많은 경험들이 있었다. 아침에는 선 라이즈를 보면서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다가 다 같이 둘러 앉아 핫초코와 빵을 나눠먹고, 서로의 여행을 응원해주는 가족을 만났다. 그리고 오후에는 울룰루 주변을 걸어다니며 울룰루의 자태를 가까이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저녁에는 선셋을 보고, 은하수를 보았다.


각각의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이게 오늘 하루만에 일어난 일이 맞나 하는 생각을 했다. 분명 하나의 사건들을 경험할 때는 시간이 참 빠르게 흘렀는데 모아보니 오늘 하루가 마치 3일간 일어났던 일처럼 느껴졌다.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일상의 특별한 이벤트가 없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일년을 되돌아봤을 때 생각나는 코어 메모리들이 별로 없으면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른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 그래서 울룰루에서의 2박 3일이 6박 7일처럼 긴 시간들로 기억되는 것 같다. 코어 메모리들이 가득해서 그 시간이 길게 기억되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계속해서 경험해야 하는 이유가 이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세상은 내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것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내가 직접 경험해봐야 진정으로 알 수 있다.


사진과 미디어와 콘텐츠들이 우리의 경험을 대신 해주겠다고 자처해 나서는 세상이다. 종종 우리는 무언가를 경험하기 전에 ‘굳이?’라고 질문하기도 하고, 또 여행의 가치를 먼저 산정해보며 망설이기도 한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경험 하기 전에 그 결과를 예상해보는 일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실감하게 되었다.


앞으로 나는 내 돈과 시간을 뭔가를 사는(Buy)데 쓰기보다 새로운 환경을 사는(live)데 쓰기로 했다. 기꺼이 새로움을 택해준 과거의 나에게 감사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고민하며 미래를 그리는 지금의 나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온전히 즐길 미래의 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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